[서북미 좋은 시-윤석호] 양파 심문법

윤석호(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양파 심문법 


양파를 취조하면 매번 눈물이 나 큰 기대를 한 것도 아닌데

껍질뿐인 양파에 울분을 터트리게 돼 참다못한 칼에 토막이

나고서야 층층이 갈라지며 단면을 드러내지 수많은 여분의

벽을 숨겨 놓은 제 속을 자신도 몰랐던 것 같아


양파를 다그치던 사람들은 눈을 붉히며 자주 허공을

바라보곤 해 바깥에 닿은 적도 없으면서 껍질이라고 우기고

껍데기뿐인 생인데도 이렇게 번질거리며 잘 살 수 있을까


양파라는 게 땅에 묻혔던 뿌리라는데 무슨 무의식이 이렇게

하얗고 깔끔한 거야 거짓말 탐지기도 상대가 안 돼 양파를

썰었다고 그 속을 다 안 것은 아니야 본 것은 결국 껍질뿐이지 

가끔 사람들은 자기 마음을 꺼내 썰기도 하지 궁금하거든 

자신 속에 또 자신이 있는데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까


조심해야 해 자신의 내부를 타인의 외부와 비교해서는 안 돼

잘린 내부는 쉽게 감염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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