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너그러움, 아량
- 24-10-07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너그러움, 아량
우리들의 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아름다운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마는 그 중에서도 너그러움, 아량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과 처지를 이해하며 그들의 부주의와 과실로 인하여 당한 피해와 고통에 대하여 너그럽게 이해하고 아량으로 수용하며 용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사람의 됨됨이와 크기는 그 사람의 아량과 관용의 정도와 비례한다고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유명한 피아니스트 리스트의 전기에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오래 전 19세기에, 헝가리의 어느 도시에 가난한 신진 피아니스트가 연주회를 갖게 되었는데, 좀 더 많은 청중을 모으고 싶은 마음에서 자신이 그 명성 높은 리스트의 제자라고 거짓 광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무렵 우연히도 리스트가 그 도시를 방문하게 되어 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신진 피아니스트는 리스트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그러자 리스트는 그를 일으킨 후에 어느 곡을 하나 지정하면서 자기 앞에서 그 곡을 한번 쳐보라고 부탁을 하였습니다. 그 신진 피아니스트가 피아노를 다 친 후에 리스트는 그에게 한 두가지 조언을 해주고 나서, “자, 이제는 내가 당신을 가르쳤으니 당신은 당당한 나의 제자요. 그러니 마음 놓고 내 제자라고 광고도 하고 또 필요하다면 그날 당신의 연주가 끝난 후에 내가 한곡 칠 수 있도록 순서에 넣어보시요.”
우리나라 근대사에 문화, 산업분야에서 크게 업적을 남긴 분들 중 한 분이 K선생입니다. D일보, K방직, J학원 그리고 K대학을 중흥시킨 분입니다. 그 분이 방직공장을 창업할 때의 일입니다. 그 당시 일본에서 방직기계를 구입해오기 위해서 그를 도와 일하던 측근 X씨에게 거금을 주어 일본으로 보냈습니다. X씨는 처음부터 어떤 불순한 생각을 가지고 있은 것은 아니었으나 호기심에서 카지노 같은 곳을 한 두번 드나들며 다소 손실을 보게 되자 그 잃은 돈을 보충하려고 계속 그 일에 손을 대다가 그만 그 많은 돈을 거의 다 잃게 되었습니다.
그는 본국으로 돌아올 수도 없고 그곳에 머물러 있을 수도 없는 난처한 처지가 되었습니다. K선생 주변에서는 X씨를 지탄하는 소리가 드높아졌습니다. 그러나 K선생은 다시 돈을 마련하여 X씨에게 보내면서 계획대로 기계를 사오도록 지시를 하였습니다.
X씨는 지시대로 기계를 사가지고 오기는 했으나 K선생 앞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사의를 표하면서 어떠한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노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K선생은 그의 사표를 반려하면서 말했습니다.
“내가 자네에게 책임을 물으려고 했다면 왜 돈을 다시 자네에게 보냈겠는가. 딴 생각 말고 열심히 일하게.”
X씨는 평생토록 전력을 다하여 K선생을 보필하였습니다.
역사가 토인비는 자극을 많이 받는 민족일수록 강한 민족으로 역사에 남는다고 했는데, 민족만이 아니라 한 개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용서를 해야할 사람들은 모두가 우리에게 어떤 자극을 준 사람들이고 우리는 그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고 그 자극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그 자극이 약이 되기도 하고 병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구약 성경에서 요셉의 일대기를 아주 감격스럽게 읽습니다. 요셉에게 가장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를 죽음의 길로 몰아넣은 그의 형들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요셉은 그 일로 인해서 그가 애굽의 실권자가 되어 자기의 친척들과 동족들을 기아에서 구하게 되는 놀라운 사실 속에서 하나님의 섭리를 보고 감사하게 됩니다.
사실 우리가 이 하나님의 섭리를 깊이 생각하게 되면 불평할 것도 없고, 근심
걱정할 일도 없고 두려워할 일도 없고 오직 기쁨과 감사 밖에는 있을 수가 없게 됩니다. 우리는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이해하고 용서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용서해줘야 할 이유를 꼼꼼히 새겨보면 그들에게 관용을 베풀 수 밖에 없고 또 관용을 베풀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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