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이시바 시대 개막] 좌우명 지조불군…마오타이 70잔 비우기도
- 24-10-02
카레·철도·프라모델 오타쿠…외교 무대서 관심사 적극 활용
수상할 정도로 고양이에게 인기…인생 좌우명은 '지조불군'
일본 집권 자민당의 이시바 시게루 총재(67)가 지난 1일, 제102대 총리로 선출됐다. 정치인으로서는 방위통·차기 총재감 1위·미스터 쓴소리 등의 별명을 얻었지만 그 일면에는 철도광·카레광·애주가·아이돌 오타쿠 등의 면모도 숨겨져 있다. 오늘은 '인간 이시바'에 대해 속속들이 들여다 본다.
지난 27일 실시된 자민당 총재선거를 앞두고 이시바 캠프가 선택한 점심 메뉴는 돈가스 카레였다. 일본에서는 결전의 날, '이기다(카츠(勝つ)'와 발음이 비슷한 돈가스를 먹는 풍습이 있는데 이시바가 좋아하는 카레와 곁들여 사기를 충전한 것이다.
카레광으로 소문이 나서인지, 관련 에피소드가 다양하다. 당내 행사가 열릴 때면 직접 만든 카레를 대접한 이야기는 이미 유명하며, 방위청장관 시절에 회담한 중국 국방부장은 이시바를 위해 특별히 카레를 메뉴에 끼워넣기도 했다.
라면(일본식 표기로는 라멘)에도 진심이다. 2022년부터 '라멘 문화진흥 의원연맹'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농림수산부대신 시절(2000), 세네갈의 한 일본 음식점 메뉴가 라멘과 카레뿐이었던 것을 보고 나서야 라멘의 대표성에 눈을 떴다고 한다. 라멘을 통해 지역 홍보와 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는 것이 그가 이끄는 연맹의 목표다.
술은 달지 않은 일본주와 와인을 즐긴다. 주량도 센 편이다. 중국 온라인 매체들에선 이시바가 2003년, 차오강촨 당시 중국 국방부장을 비롯한 군 수뇌부를 상대로 53도 마오타이주를 70잔이나 마셨다는 보도가 나왔다. 마오타이주는 중국 구이저우성 마오타이진의 증류주로 중국 백주 중 최고급이다.
외교 무대에서는 음식 하나하나가 메시지가 되는 만큼, 차기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어떤 음식과 술이 오를지 주목된다.
먹거리와 마실 거리 외에도 좋아하는 것이 많다.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광적으로 몰입하는 '오타쿠(オタク)' 기질이 보이는데, 대표적인 분야가 철도다. 이시바는 도쿄와 지역구인 돗토리현(県)을 오갈 때면 철도를 애용한다. 특히 침실 칸이 있는 야행열차를 가장 좋아한다. 방위청장관 시절 경호상 문제로 야행열차를 타지 못해 매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할 정도다. 이시바는 잡지 아에라와의 인터뷰에서 "철도는 영향을 받지만 않으면 피난과 구호물자 지원이 가능하다"며 적자 노선 폐지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철도만큼이나 좋아하는 프라모델(조립식 장난감)은 대러 외교에도 적극 활용했다. 러시아 국방장관과 회담 당시, 대화거리가 부족하자 러시아 항공모함의 프라모델을 만들어 상대가 앉는 자리에 보이게끔 전시해 두는 잔기교를 발휘했다. 프라모델 외교는 미국 제7함대 사령관과의 인사 자리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요긴하게 활용했다.
한편 그는 1978년 해체한 걸그룹 '캔디즈'의 팬이었으며, 애니메이션 등 서브컬처에도 조예가 깊다. 2018년에는 직접 애니메이션 '드래곤볼'에 등장하는 '마인부우' 코스튬플레이까지 선보였는데, 굳이 사진을 첨부하지는 않겠다.
그런가 하면 이시바에 얽힌 도시전설도 있다. 그가 TV에 등장하면 고양이가 흥분하거나 근처로 다가온다는 소문이다. 한 학자가 이시바의 목소리 주파수를 분석했지만, 명확한 연관성은 밝혀내지 못했다.
하지만 고양이와의 친밀감은 상당해 보인다. 방위상 시절, 아픈 고양이를 치료해 주인을 찾아주는가 하면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고양이를 무릎에 앉힌 채로 진지하게 경제와 안보 정책을 논한다. 인스타그램에는 '냥스타그램(고양이 게시물)' 해시태그를 달 정도로 준비된 집사다.
이시바는 13차례나 함께 방송에 출연한 고양이가 신부전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너자 "존경하는 마고님, 타계 소식을 접하고 공동 출연한 많은 사람 중 하나로서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전합니다"라고 조의를 전하기도 했다.
일본의 102번째 총리 이시바는 도쿄 출신이다. 1957년 태어난 바로 다음 해, 아버지 이시바 지로(1908~1981)가 지사로 당선된 돗토리로 이사해 사립 명문 게이오대학 법학부에 입학할 때까지 머물렀다.
대학 시절 같은 학부에서 아내 가코를 만났다. 처음에는 결혼을 전제로 고백했다가 차였지만 몇 년 후 재회해 두 딸을 얻었다. 정계 입문 후 12선 내리 당선된 돗토리에서는 "이시바가 선거에 강한 것은 절반 이상이 부인 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시바는 총재선거가 끝나고 TV아사히에 "(오늘이) 41번째 결혼기념일이었다. 의원이 된 지 38년, 이 사람이 없었다면 지금도 없다"고 부인의 공을 인정했다.
총리가 된 이시바의 좌우명은 '지조불군(鷙鳥不群)'. 힘 있는 사람은 무리지어 자신이 보호받길 바라지 않고 모든 일을 스스로 해결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영역 동물인 고양이를 좋아하고 무파벌, 당내 아웃사이더, 미스터 쓴소리로 통하는 그와 딱 어울리는 고사성어다.
별명은 '게루'다. 어원은 그의 이름을 한자변환하는 과정에서 쉽게 나타나는 오타로, '이시바 시게루'가 아닌 '이시바시 게루'로 잘못 변환된 것을 응용한 것이다. 한국어로 설명하면 재미가 떨어지지만 일본나름대로 재치 있는 별명이라 별명이라 할 수 있다. '게루 장관' 등으로 통하던 그는 이제 '게루 총리'라고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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