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남부 항만 50년 만에 파업 시위…"하루 피해 50억 달러"

세계 최대 경제국 미국의 동남부 연안 일대에서 항만이 거의 50년 만에 파업으로 폐쇄되면서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급망 혼란이 우려된다. 팬데믹 이후 치솟았던 인플레이션이 이제 막 안정화하는 단계에서 파업이 시작되면서 고용까지 불안해질 위험이다.

 

노사 임금협상 결렬…동남부 항만 폐쇄, 1977년 이후 처음

 

미국에서 30개 넘는 항만 노동자들은 1일(현지시간) 0시를 기해 일제히 파업에 들어갔다. 뉴욕부터 뉴저지, 마이애미, 휴스턴까지 이어지는 해안 전역에 걸친 파업은 1977년 이후 처음이다. 폐쇄 지역은 미국 해상운송의 절반을 차지한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버지니아 항만은 "10월 1일 화요일 오전 0시 1분부터 파업이 시작됐다"고 웹사이트를 통해 밝혔다. 버지니아항은 국제연안선원협회(ILA)와 미국 해운동맹(USMX) 해운 그룹 간의 협상이 "교착 상태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미국 동해안 항만 노동자들이 가입한 ILA가 협정 만료일인 9월 30일까지 USMX와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하자 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협상 시한인 9월 30일 밤 USMX는 6년간 50% 임금 인상을 제시했지만 ILA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ILA는 6년간 77%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필요한 기간 싸울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노조원 8만 5000명의 ILA를 대표하는 헤럴드 대게트는 성명에서 "필요한 기간에 파업을 계속하고, ILA 회원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임금과 자동화에 대한 보호를 받기 위해 필요한 만큼 투쟁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파업이 발생하면 고용은 위태로워지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 주요 항구에서 식량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자의 흐름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파업으로 미국 경제에 매일 50억 달러(6조 6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항만 파업으로 미국 무역마비·가격 인상"

 

파업이 일주일 넘게 훨씬 더 길어질 경우 소비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볼 수 없었던 텅 빈 진열대와 가격 상승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그레이스 즈웨머에 따르면 일주일간의 파업으로 인한 백업이 완료되는 데는 약 한 달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콘퍼런스 보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에린 맥러플린은 "항만 파업은 소비자와 기업이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시기에 미국 무역을 마비시키고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며 "쉬운 플랜 B는 없다"고 말했다.

뉴욕 주정부는 이번 파업이 생필품 부족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팬데믹 기간에 그랬던 것처럼 서둘러 식료품점에 가서 물품을 비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의약품은 일반적으로 배로 보내지 않고 비행기로 들여오기 때문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언급했다. 그러나 호컬 주지사는 자동차와 반도체를 더 빨리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품목이라며 파업이 길어지면 바나나와 같은 신선 식품의 공급이 제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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