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수필-문희동] 학도병의 영혼들
- 24-09-30
문희동 수필가(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학도병의 영혼들
9월이 되면 74년 전 사건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1950년 9월15일에 동해 장사리 부두에 상륙하여 9월19일까지 인천 상륙작전과 동시에 때맞춰 일종의 기만 작전이 펼쳐졌다. 그리고 낙동강 방어선 돌파에 공을 보탰다.
이들은 해상 훈련도 전투 경험도 없었다. 게다가 지원된 식량도 무기도 부족한 상태에서의 전투였다. 9월15일, 인천 상륙작전이 개시되자 이 부대도 같은 날에 동해안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에서 위장한 상륙작전이 시작되었다.
지금은 국민들 뇌리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인천은 대부분 국민이 알고 있는 지역이나 장사리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지역이다. 부대의 창설은 육본 정훈 장교인 이명흠 대위가 17~18세 소년 학도병을 모집해 772명으로 부대가 이루어졌다. 이 부대장은 피란 온 학생들을 모병하여 임시 훈련소에서 적군으로부터 노획한 소총으로 총 쏘는 법만 2주간 가르쳤다. 육본 작전 명령 제174호에 의하여 육군 제1유격대대의 명칭으로 탄생한 부대였다. 인민군 복장으로 위장하기에 학도병이 유리했기 때문에 선발된 것이다. 애초의 부대 임무는 1950년 9월15일 05시에 장사리 부두에 상륙하여 그 지역에 침투한 인민군 제2군 부대가 낙동강 전투에 지원되는 것을 중간에서 차단한 후 9월 19일 철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유격대를 수송하던 LST 문산 호가 강풍에 좌초되는 사고가 생겼다. 또 북한군의 폭격으로 배 일부가 파손되는 손실로 작전에 차질이 생겼다. 일이 급해진 이명흠 대대장은 대원 몇 명을 차출하여 장사리 부두까지 밧줄로 연결하는 작업을 했다. 대원들이 상륙하기 편하도록 밧줄을 육지의 나무에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아군이 상륙하자 북한군은 새로운 병력 2개 연대와 탱크 4대를 앞세워 진군하자 우리 유격대와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그런데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이 보도되자 북한군은 후퇴하기 시작했다. 9월19일, 우리 유격 부대도 임무를 마치고 철수하기 시작했다. 철수하는 우리 부대에 인민군의 습격을 염려하여 부대원 39명을 육지에 남겨 둔 채 UN군 전투기의 엄호를 받으며 철수 작전은 순조로웠다.
해상에 정박한 LST 조치원호로 부상병들을 우선 승선시킨 후 나머지 병력을 싣고 부산으로 향했다. 아군의 전투 피해는 전사자 139명과 90여 명의 부상자와 육지에 남겨둔 병력 39명이었다. 남은 39명에 대한 기록은 없으나 내 경험으로 모두 사살되었을 것이다. 인민군이 후퇴하는 상황에서 생포한 포로를 북으로 수송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후퇴하는 인민군 자신들도 위험을 느껴 민간인 복장으로 위장한 실정이었다. 유격대는 모든 것이 부족했지만 젊은 혈기로 끝까지 전투를 치러냈다. 그 결과로 북한군 270명 사망, 4명 포로 생포, 6개 도치카를 파괴하는 전과를 세웠다.
1950년 10월 5일, 이 유격대 학도병들은 한국군 부대로 입대 명령과 동시에 036번의 군번을 받아 정식 한국 군인이 되었다.
현재 장사리 해수욕장 한 켠에 전물 용사위령탑이 세워졌다. 또 작전에 투입했던 문산호의 실제 모형을 재현한 기념관이 건립되어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다. 볼 때마다 감회가 새롭다. 그러나 만약 그때 해상 특수 훈련을 받은 해군 유격대원이나, 특수 작전 훈련을 받은 해병대 병력이 장사리 전투에 참전했었다면 아군의 피해는 매우 적었을 것이다. 동시에 적군에겐 더 큰 피해를 주어 6ㆍ25 전쟁사에 또렷하게 기록되었을 것이다.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에 때맞춰 집으로 돌아가야 했을 소년 학도병들의 영혼은 어쩜 지금도 동해 장사리의 차디찬 바닷가에서 맴돌지 않을까?.
*필자는 6ㆍ25 참전 유공자회 회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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