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오인정] 고향의 부엌

오인정(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고향의 부엌


삐그덕 힘겨운 소리 나는

부엌문을 살며시 열면

검게 그을린 서까래에

새까만 재로 물든 거미줄이

줄줄이 달려있었다


흙벽돌 벽 따라 거쳐진 넓은 송판 선반에는 

밥주발 국 사발 반찬 종지가 가지런히 쌓여 있고


움푹 내려앉은 부엌 아궁이에는 삼대째 내려온

두 개의 무쇠 가마솥이 자리 잡고 

왼쪽 솥뚜껑 위로 눈물 주르륵대며 밥이 뜸이 들어가고

오른쪽 솥에는 시래기 된장국이 거친 숨을 내뿜고 있다

아궁이 어귀 잔 숯불 위에는

구리 석쇠에 끼인 간고등어가 기름 뚝뚝 떨구며 익어간다


부엌 안 깊은 곳에는

가으내 긁어모은 가랑잎과 어깨가 부셔져라 지게로 져 나른 

땔감 나무가 가득 쌓여 있다

아이들은 방안에 옹기종기 모여 

부엌 쪽문이 들어올

하얀 쌀밥과 구수한 국을 기다리며

사각 접이식 밥상 위에

턱을 괴고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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