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망막, 한번 손상되면 실명…적기 치료 중요"

실명 유발 황반변성·당뇨망막병증, 10년 새 2배 증가

50대 이후 유병률 높아…눈 건강 유지하려면 금연해야

 

가을에는 건조한 바람과 강한 햇빛으로 인해 눈에 이물감을 느끼거나 침침해 보이는 증상 등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매년 9월 마지막 토요일(올해는 9월28일) '세계 망막의 날'을 맞아 망막과 망막질환 예방의 중요성과 함께 올바른 '눈 건강관리'에 대해 알아보자.

25일 한국망막학회의 학술이사를 맡고 있는 우세준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안과 교수에 따르면 망막은 우리 눈의 카메라 필름과 같다. 빛이 망막에 맺히면 시세포들이 감지해 뇌로 신호를 전달하고 이 과정을 통해 볼 수 있다. 반면 망막이 손상되면 시력을 잃게 된다.

우세준 교수는 "망막 세포는 신경 세포라 한 번 손상되면 돌아오지 않는다. 세포들이 죽기 전 적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시력을 잃을 수 있다"며 "시기를 놓치면 시력 회복이 어렵다"고 밝혔다.

환자 수가 많고 실명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망막질환은 '황반변성'과 '당뇨망막병증'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두 질환 환자 수는 2013년 41만7562명에서 2022년 80만3959명으로 10년간 약 2배 증가했다.

망막(화살표 친 부분) / 뉴스1 ⓒ News1 망막(화살표 친 부분) / 뉴스1 ⓒ News1

 

망막질환은 망막 세포가 손상된 부분에만 시야가 잘 보이지 않거나 변형돼 보인다. 글씨나 얼굴, 표지판을 보려고 할 때 가운데 부분이 잘 보이지 않거나 찌그러져 보인다면 황반변성 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 환자의 고혈당으로 인해 망막의 혈관이 약해지면서 출혈이 발생하고 혈액 속 성분이 망막에 쌓이는 질환이다. 황반변성은 망막의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황반 밑에 비정상적 혈관이 자라 황반부에 출혈 등을 일으켜 시력이 손상된다.

두 질환 모두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높아진다. 특히 50대 이후 유병률이 높아지는 습성 연령 관련 황반변성(nAMD)은 적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2개월에서 3년 사이, 실명에 이를 수도 있다.

흡연은 중대한 위험 요인이어서 눈 건강을 유지하려면 꼭 금연해야 한다. 스마트폰 사용의 경우 현재까지 질환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없다. 황반에 문제가 생기면 비교적 조기에 증상이 나타나고, 문제가 없다면 증상을 느끼기 어렵다.

우 교수는 "황반변성은 초기에 건성, 후기에 습성으로 진행된다. 건성 단계는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더라도 습성 단계로 넘어가면 혈관이 자라나 황반이 붓고 시력이 손상돼 자각 증상이 나타난다"고 소개했다.

당뇨병 환자는 최소 1년에 한 번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하고, 50세 이후 연령층 역시 한 번의 검사가 필요하다. 황반변성이 초기에 발견되면 안과 전문의 권고에 따라 정기적인 관찰과 치료가 요구된다.

초기 건성 황반변성은 특별한 치료도 필요하지 않아 루테인이나 항산화제 섭취가 권장된다. 당뇨망막병증 역시 초기에는 혈당 관리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행되면 시력이 떨어지는 만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는 눈에 '항 VEGF(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 약물'을 주사해 혈관에 혈액 누출을 막고, 비정상적인 신생 혈관 성장을 억제한다. 우 교수는 "망막 세포가 파괴되지 않은 초기에는 시력 회복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세포가 파괴된 뒤에는 시력을 개선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우 교수는 "마취약을 사용하기 때문에 통증이 심하지는 않으나 환자에게 부담스러운 시술이다. 의사 입장에서도 눈에 주사를 놓고 싶지 않지만 필요하면 주사를 놔야 한다"며 "효과 지속 기간이 짧아 자주 맞아야 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간혹 치료에도 불구하고 실명하게 된 환자도 있고, 반대로 실명 위험에서 치료로 시력을 회복해 정상적인 생활할 수 있게 된 환자도 있다. 보통 두 눈이 동시에 나빠지지는 않고 한쪽 눈이 먼저 나빠진 뒤 다른 쪽 눈에 문제가 생긴다.

한국망막학회의 학술이사를 맡고 있는 우세준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안과 교수 한국망막학회의 학술이사를 맡고 있는 우세준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안과 교수

 

실명은 끝내 양쪽 눈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우 교수는 "(그래서) 첫 번째 눈부터 적극 치료해야 한다"며 "환자가 원하는 방향과 시력 개선에 도움이 되는 치료 계획을 세워 관리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우 교수는 또 "현재로서 주사의 효과 지속 기간을 늘려 치료 주기를 길게 하는 게 현실적이고 시급하다. 최근 개발된 약은 지속 기간이 조금씩 길어지고 효과가 나아지고 있다. 앞으로 더 좋은 치료제가 나올 걸로 기대되며 치료 결과도 계속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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