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갈 길 간다' 이스라엘, 헤즈볼라 교전 강화…체면 구긴 미국

美 대선과 이스라엘에 대한 미온적 태도가 불러온 결과

"가자전쟁 휴전 및 이스라엘·헤즈볼라 교전 중단 노력 막다른 골목"

 

이스라엘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전면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코 앞으로 다가 온 미국의 대선까지 겹치면서 미국의 입김도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

AFP 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의 회담 자리에서 카운터파트들과 협력하여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확전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과는 달리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교전은 하루가 다르게 격화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은 이날 헤즈볼라 목표물을 공습해 하루 만에 최소 492명이 사망하고 164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중재에도 헤즈볼라에 대한 공습을 지속하는 데는 올해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계에서 선거를 앞두고 이스라엘의 강경한 태도에 확실한 제동을 걸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분쟁 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S)의 마이클 한나 연구원은 "미국의 정치 일정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확대 시기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리 터무니없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임스 제프리 전 터키 주재 미국 대사는 "미국 정책 입안자들은 본능적으로 휴전을 추진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처럼 자국 안보에 더 신경을 썼다"며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과 국제사회를 기쁘게하기 보다 억지력 회복과 군사적 우위 회복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미온적인 태도도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에 불을 붙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은 앞서 가자지구에서의 민간인 피해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원조를 중단하지는 않았다. 심지어 미국 국방부는 이날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교전이 격화될 경우를 대비해 중동 지역에 소규모 추가 병력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스라엘에겐 미국이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이에 한나 연구원은 "미국 외교관들은 레바논의 긴장 완화를 가자(전쟁) 휴전 합의에 기반으로 두고 있었으나 가자 휴전 노력이 막다른 골목에 이른 것 같고,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의 합의에 도달하려는 노력도 막다른 골목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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