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면전 때 쓰려다 발각 위기에 '삐삐' 격발"

전면전 시 기습 위해 폭발물 심어…작전 조기 실행

헤즈볼라 암살 시도 보복…병력 철수 유도 의도도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무전호출기(삐삐) 연쇄폭발 사건 배후로 이스라엘에 무게가 실리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스라엘 지도부 내 불화로 정국이 혼란에 빠지고 미국 역시 대선을 앞두고 확전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으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도리어 긴장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을 위한 사전 준비로 삐삐에 폭발물을 심었다가 발각당할 위기에 처하자 터뜨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외신에 따르면 레바논 전역에서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무전기와 삐삐가 이틀간 동시다발로 폭발해 최소 32명이 숨지고 3250명이 다쳤다.

이에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며 강력한 보복을 예고했다. 헤즈볼라의 뒷배인 이란 역시 이스라엘을 맹비난했다.

앞서 헤즈볼라는 지난 2월 이스라엘의 통신 감청과 해킹 등을 우려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삐삐와 무전기를 대량으로 도입한 바 있다.

외신들은 전문가들과 미국과 레바논 등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기기의 제작 또는 유통 과정에서 폭발물과 원격 기폭장치를 설치해 폭발을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배후로 지목되는 이스라엘이 함구하는 가운데 동기를 두고 온갖 추측이 나온다.

이중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을 위해 삐삐에 폭발물을 심었다가 발각될 위기에 몰려 터뜨렸다는 주장이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에 본사를 둔 중동권 독립언론 알모니터는 이날 역내 정보 소식통들을 인용해 "헤즈볼라 대원 중 일부가 삐삐에 문제가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해 이스라엘이 작전을 조기에 실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미국 악시오스도 전직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무력화하기 위해 전면전 돌입 시 터뜨리려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대외 정보기관 '모사드'의 국장을 지낸 대니 야톰은 WP에 "삐삐 폭탄은 헤즈볼라 내에 혼란을 일으키고 충격을 주기 위해 기획된 것"이라며 "이번 계획은 레바논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는 작전"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자국 고위 관리들을 겨냥한 헤즈볼라의 암살 시도를 막기 위해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는 전날 헤즈볼라가 원격 폭발 장치로 이스라엘 전직 고위 관리를 암살하려 했다며, 이를 조기에 발견해 막아냈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삐삐 폭발)이 억지력을 발휘하기를 바랐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이 이번 작전으로 헤즈볼라에 충격을 안겨줘 병력을 이스라엘-레바논 접경지에서 철수하도록 유도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로버트 베어 전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은 CNN에 이번 사태로 "헤즈볼라의 병력 동원, 병참 관리 등 능력이 무력화됐다"라며 "이스라엘은 상당한 전략적 이점을 얻게 됐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별다른 입장은 밝히지 않으면서도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날 레바논에서 가까운 라맛다비드 공군기지를 찾아 "전쟁의 중심이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라며 "우리는 이 전쟁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이스라엘군은 그간 가자지구 지상전에 투입됐던 정예부대인 98사단을 이스라엘 북부로 재배치했으며,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스라엘 북부에서 "공격과 방어" 계획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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