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아베' 다카이치와 '숨은 실력자' 가미카와…女후보 2인에 쏠린 눈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앞두고 여성 후보들 주목받아

첫 도전 가미카와, 다카이치 여성 표 분산시키려 등판했다는 분석도

 

일본 집권 자민당의 차기 총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2명의 여성 후보가 주목받고 있다.

극우 성향의 무파벌 후보 다카이치 사나에(63)와 기시다 정권의 현직 외무상인 가미카와 요코(71)다.

이들은 각종 여론조사에선 3~5위로 당선권은 아니지만, 여성 총리가 단 한 명도 탄생한 적 없는 일본 정계에서 새바람을 불러일으킬지 이목이 쏠린다.

◇재수생 다카이치 "여자 아베, 포스트 아베"

극우 성향인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은 '여자 아베'를 모토로 한다. 총무상과 당 정무조사회장을 역임했고 지난 2021년 총재 선거에도 출마해 아베 전 총리의 지원을 받았다.

다카이치는 총리가 되어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겠냐는 질문에 "내가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는 장소"라며 참배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한때 그는 일본의 과거사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의 무효화를 공약한 적도 있어 당선 시 한일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 바 있다.

그는 총재 선거 출마 후 소견 연설에서 "총리를 포함한 각료의 급여를 폐지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어 주목받았다. 로이터통신이 일본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선호하는 총리 후보로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국익을 중시하고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 것 같다는 평가도 나왔다.

극우의 대표 격 인물이지만 당내 보수파의 지지를 한 몸에 받는 건 아니라는 한계도 있다. 도요게이자이는 다카이치가 가토 가쓰노부 전 관방장관과 성향이 비슷해 당내 지지층이 겹치며, 정책 또한 공통적인 게 많아 표가 분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첫 도전 가미카와 "내 입후보 자체가 모델이 된다"

가미카와 외무상은 총재 선거 도전이 처음이다. 기시다 내각 외무상으로서 대외 활동을 하며 언론 노출도가 높아지자 여론조사에서 3~5위권까지 치고 올라왔다.

가미카와는 11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개인의 일에 열심이었기 때문에 여성 총리를 의식하며 정치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며 "그래도 (여성의 출마를) 위한 환경 조성의 의미로 입후보하는 것 자체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위크 일본판은 가미카와가 컨설팅업체인 미쓰비시종합연구소 출신으로 실무 능력이 좋으며 WPS(여성·평화·안전보장) 등 정책 분야의 이해도도 깊다고 호평했다.

그의 인지도가 높아진 건 아소 다로 부총재의 '망언' 영향도 있었다.

아소 부총재는 지난 1월 한 강연에서 가미카와를 "그리 아름다운 분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외모를 비하하면서도 그의 영어 실력과 태도를 호평하며 "이 아줌마 잘하네"라고 평가한 바 있다.

아사히 계열 매체 아에라는 2021년 총재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여성 후보가 2명이지만, 그때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전했다. 조용히 할 일을 하며 총재 선거에 뜻을 보이지 않던 가미카와의 입후보 배경에는 '다카이치에게 여성 표가 모이지 않았으면 한다'는 킹메이커들의 물밑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이다.

뉴스위크 일본판은 일본에서 전례 없는 여성 총리가 탄생하려면 '가장 높고 딱딱한 유리 천장'을 뚫어야 한다며 여기에는 강한 의지와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노다 세이코 전 총무상은 입후보에 필요한 20명의 추천인을 확보하지 못해 출마를 포기했다. 대신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에 대해 지지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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