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갈라놓은 '파란색 얇은 선'…극우의 상징이 된 이유
- 24-09-16
평화-혼란 사이 경찰 상징…인종차별 반대 운동·국회 폭동 거치며 변질
의미 퇴색하자 경찰·공공기관서 사용 금지되기도
지난 7월 미국 미시간주, 한 80세 노인 남성이 자신의 집 앞마당에서 사륜 오토바이에 들이받혔다. 범행 용의자는 22세 남성으로, 노인이 앞마당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팻말을 세우는 것을 보고 돌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용의자는 달아난 뒤 다른 곳에서 차량 2대를 파손했다. 한 차량에는 트럼프 스티커가, 다른 한 차량에는 '파란색 얇은 선(Thin Blue Line)'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경찰의 상징인 파란색 얇은 선이 트럼프와 정치적으로 동일 선상에 놓이게 된 것이다.
◇ 경찰의 상징에서 극우의 상징으로
대개 검은 바탕이나 흑백 성조기 중간에 그려져 있는 파란색 얇은 선은 사회, 질서, 평화에 대비되는 범죄, 무정부, 혼란 사이에서 경찰이 경계선 역할을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파란색은 경찰의 제복 색깔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극우 세력의 집회에 이 상징이 자주 등장하며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극우 집회에 파란색 얇은 선이 처음 등장한 건 2014년 12월, 뉴욕 브루클린에서 경찰관 2명이 총격으로 사망하면서부터다.
당시에는 같은 해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시민들이 잇달아 사망해 'BLM(Black Lives Matter·흑인 생명은 소중하다) 운동'이 촉발된 상태였다. 뉴욕 경찰관 사망 사건 이후 반작용으로 'Blue Lives Matter·경찰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이 전개됐고, 파란색 얇은 선 깃발이 집회에 등장했다.
이후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2021년 트럼프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을 거치며 의미는 더욱 변질됐다. 이 상징은 국가와 경찰에 대한 지지 혹은 유색인종 인권에 반하는 극우 세력들의 상징으로 분열됐다.
워싱턴 포스트(WP)에 따르면 일부 시위대는 파란색 얇은 선 깃발과 '경찰 생명은 소중하다'고 적힌 셔츠를 들고 있었다. WP는 비평가들이 "이 상징은 백인 우월주의와 BLM 운동에 대한 반대를 상징한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미국 ABC뉴스에 따르면 흑인이자 국회 경찰인 해리 던은 의사당 습격 사건 당일 "건물을 지키며 N으로 시작하는 흑인 비하 단어로 수십 번 불렸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들은 '경찰 생명은 소중하다' 깃발로 경찰을 구타했다"고 증언했다.
◇ 경찰서·시청에서도 사용 금지된 '파란색 얇은 선'
급기야 경찰과 공공기관 내부에서도 해당 상징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번졌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T)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미셸 무어 당시 LA 경찰서장은 경찰서 로비에 파란색 얇은 선 깃발을 게양하는 것을 금지했다. 제복과 차량 붙이는 패치나 스티커도 사용이 금지됐다.
무어 서장은 "극단주의 단체들이 자신들의 비민주적이고 인종차별적이며 편협한 견해를 상징하기 위해 파란색 얇은 선 깃발을 가로챈 건 불행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깃발은 특정한 의미를 지닌 강력한 상징 역할을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 5월 미국 코네티컷주에서는 공화당 소속인 리치 베일리 웨더스필드시 시의원이 시청에 '파란색 얇은 선(Thin Blue Line)' 깃발을 게양할 것을 제안했다. 근무 중 숨진 경찰관 에런 펠레티에를 기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제안은 찬성 3표, 반대 5표, 기권 1표로 부결됐다.
NBC 코네티컷에 따르면 반대표를 던진 웨더스필드시 의원들은 '파란색 얇은 선 깃발'이 분열과 인종차별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매튜 포레스트 웨더스필드시 부시장은 파란색 얇은 선이 "백인 민족주의자, 신나치주의자, 우익 운동의 상징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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