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엄경제] 쉿!

엄경제(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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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글이 되든

말이 되어 씨가 되든

난 몇 발 뒤에 있습니다

 

당신이 산이 되든

그 산 높이 높이 오르다

잠시 짬 내

한 그루 나무거나

모으고 모아 숲이거나

 

물이 되어 굽이쳐

자꾸만 자꾸만

아래로 흘러 모여

마침내 수평을 이뤄내고

매듭 없는 둥근 해를

날마다 풍선처럼 띄워 올리며

자그마한 바람을 만날 때마다

반짝반짝 사방으로

빛을 던진다 해도

 

파란 하늘이 내려와

투명만이 모여있는

뽀글뽀글 작은 숨 쉬며

비밀의 정원 만들고

자유로이 해초 사이를 다니며

친구들과 숨바꼭질한다 해도

 

난 그저 뒤서서

알 듯 모를 듯

있는 듯 없는 듯

숨은 그림처럼

그림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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