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허례허식(하)
- 24-08-26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허례허식(하)
사람들은 흔히 시간을 돈이라고 말합니다. 시간이 그만큼 귀하기 때문에 하는 말일 것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정말 돈 만큼이나 귀한 줄을 안다면 어떻게 그토록 많은 시간을 무의미하게 낭비하거나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낭비하도록 방조할 수가 있겠습니까.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1년 평균 독서량은 60페이지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웃나라 일본의 독서량은 3,000페이지나 된다고 합니다. 정작 시간을 바쳐서 해야 할 일에는 소홀히 하고 불필요한 허례허식에 많은 시간을 허비해버리는 우리 국민들의 모습을 단적으로 나타낸 실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선진국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역시 시간관리를 잘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역사 깊은 일류 대학의 100주년 기념식을 50분에 끝내는 국민과 작은교회 임직식에 4시간을 허비하는 국민의 수준이 어떻게 같을 수가 있겠습니다.
필자는 시간은 곧 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가장 값진 선물들 중 하나가 시간입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해마다 신년 초가 되면 365일의 한 해를 듬뿍 안겨주셔서 그 시간과 함께 한 해동안 보람된 생을 구가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한 교회의 임직식과 관련된 지출의 낭비와 시간의 허미에 대하여 다소 구체적인 예를 들었지만, 이와 유사한 일들이 하나님의 이름으로 교회 안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 교회가 모든 일에 있어서 일반 사회보다는
좀 더 합리적인 사고를 하자는 것이고, 일반 사회 보다는 좀더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사회에 모범을 보이면서 사회에 귀감이 되는 바탕 위에서 복음을 전파해 나가자는 것입니다. 교회가 일반사회보다도 비합리적이고 낮은 가치관 속에 머물고 있다면 복음이라고 하는 숭고한 가치를 어떻게 사회 속에 배양시킬 수가 있겠습니까. 우리는 자칫 신앙만 있으면 이성은 필요가 없는 줄로 착각하는 때가 있을지 모르지만 신앙이란 이성을 초월하는 데에 있는 것이지 이성을 무시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즉, 우리에게 주어진 이성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는 그 과정을 거치고 나서도 그 위에 어떤 초월적인 지혜, 계시, 영감같은 초 이성적인 것을 찾아가고 또 얻는 것이 신앙생활인 것입니다. 때문에 이성에 의한 합리적인 사고에 결함이 있는 교회는 올바른 신앙의 궤도에 서있는 것도 아니고 사회에 그 무엇을 줄 수 있는 능력도 있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가치관에 있어서도 그렇습니다.
인간이 신앙을 가지고 거듭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가치관의 변화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올바른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면 무엇이 가장 값지고 무엇이 우선 순위 인지를 분별할 줄 아는 지혜부터 갖추어야 하리라고 봅니다.
만일 교회가 가장 소중한 것을 소중한 것으로 보지 못하고 하찮은 일에 시간과 재물을 허비한다면 그런 교회가 어떻게 사회에 빛을 발할 수 있겠습니까.
사람이 그리스도를 만나기 전에는 그가 물질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용하지만 그리스도를 만난 후에는 그가 사람을 사랑하고 물질을 사용하게 되는 법입니다.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이 미천한 존재임을 깨닫게 해주는 사람은 훌륭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참으로 훌륭한 사람은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이 위대한 존재임을 깨닫게 해주는 사람입니다.
공자님은 윤리와 도덕면에서 참으로 좋은 가르침을 남기셨습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공자님이 가르치신 교훈의 진수는 사라지고 불필요한 허례허식의 형식에만 얽매이고 그것들 만을 중히 여기는 가치관의 전도(顚倒)때문에 육교는 쇠잔해지고 유교를 숭상하던 이조는 쇠퇴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기독교도 유교가 걸어온 전철을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예수님이 친히 가르치신 말씀의 잣대로 우리 자신과 우리 교회를 부단히 성찰하면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날로 새롭게 변화해가지 않으면 안되리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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