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쿼터 전진하자" "너흰 내 전부"…'열정·눈물' 뒤섞였던 월즈 무대
- 24-08-22
美 민주당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 "위대한 여정 합류 감사"
난임 수술로 어렵게 얻은 두 자녀 가리키며 "너흰 내 전부"
"이제 마지막 4쿼터다. 우리는 공을 갖고 있고 계속 전진하자"
21일 미 민주당 전당대회 사흘째 행사가 이어진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를 가득 메운 청중들은 "코치 월즈" "싸우자" 등 미식 축구장에서 할 법한 구호를 연신 외쳤다.
이날 미국 대선 부통령 후보 수락연설을 한 팀 월즈(60) 미네소타주 주지사는 맨카토 웨스트 고교 교사 시절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인 풋볼 코치를 지낸 이력이 있다. 그는 코치로서 주 챔피언십의 우승을 이끄는 리더십을 보였다.
아내 그웬 월즈 여사의 영상 소개로 무대에 오른 월즈 주지사는 자신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해 준 민주당에 감사를 표한 뒤 출생지, 성장 과정, 군인과 교사 이력을 차례로 소개했다.
네브라스카 주의 인구 400명의 작은 마을인 버트에서 태어나 자란 월즈는 한국전 참전 용사인 부친의 뜻에 따라 주방위군(내셔널가드) 육군으로 24년간 복무하고 상사(Master sergent)로 전역했다. 아버지가 GI(군인) 혜택에 따른 학자금 지원으로 네 자녀를 교육했는데, 월즈 주지사는 GI지원으로 공부를 더 해 고교 교사가 됐다. 기성 정치인 사이에서는 보기 드문 이력이다.
이후 부인 그웬의 고향인 미네소타에서 12년간 하원으로 일했고, 주지사로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월즈의 연설은 경력을 십분 활용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그는 "의회에 출마하도록 영감을 준 것은 (미식축구) 선수들과 제 학생들이었다"며 "공립학교 교사를 과소평가하지 말라. 한 사람이 이웃을 위해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했다"라고 했고 청중은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난임치료로 어렵게 얻은 두 자녀와 아내를 소개할 때는 가슴 뭉클한 장면이 연출됐다.
월즈는 "난임의 고통이 얼마나 지옥 같은지 아느냐"라면서 "6년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시험관 시술로 희망(hope)란 뜻의 이름을 가진 딸 호프를 얻었고, 아들 거스도 우리를 찾아왔다. 사랑한다. 너희가 내 세상의 전부"라고 했다.
이에 딸 호프는 손으로 하트를 그리며 울먹였고, 아들 거스는 벌떡 일어나 손뼉을 치며 오열했다. 거스는 월즈 부부에게는 아픈 손가락으로, 학습장애를 겪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 애틋함이 전해졌는지, 거스는 "그가 우리 아빠다"라고 주변에 연단에 선 월즈를 가리키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CNN은 영상을 전하며 "감동적인 순간"이라고 했다.
월즈는 이날 연설을 불과 2주가량 앞둔 지난 6일 부통령 후보에 지명되며 혜성처럼 중앙 정치 무대에 등장했다.
그는 이날 연설을 시작하면서 "부통령 후보 지명을 수락할 수 있는 건 인생의 큰 영광"이라며 "이 나라를 사랑한다. 이 위대한 여정에 함께 할 수 있게 해줘 감사하다"고 했다.
16분가량 진행한 연설에서 월즈는 중간중간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을 향한 날 선 비판을 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사흘째 테마는 '우리의 자유를 위한 투쟁'(A Fight for our freedoms)으로 월즈는 트럼프와 밴스에 대항한 결집을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와 밴스는)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전혀 모른다"라면서 "우리는 절대 퇴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에게 자유란 더 나은 삶을 만들 자유, 의료 지원을 결정할 자유, 총격을 당한다는 걱정 없이 학교에 다닐 자유를 말한다"라면서 "트럼프와 밴스의 '프로젝트 2025'는 아주 이상하다. 우리의 삶을 훨씬 힘들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프로젝트 2025는 미국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이 주도해 만들었는데, 트럼프 재임 시절 일했던 전직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제, 통상, 외교, 안보, 이민, 낙태 등 이번 대선 주요 쟁점 분야에 강경 보수 기조 정책을 담고 있다.
이날 월즈는 "그들(트럼프, 밴스)은 이것과 관계가 없다고 거리두기를 하지만, 나는 풋볼 코치를 해봐서 안다"며 "쓰지도 않을 플레이북을 들고 있는 경우는 절대 없다. 국민이 요구하지 않은 극단적인 어젠다"라고 말했다.
연설 후반부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자신의 파트너인 카멀라 해리스를 지지하는 내용으로 채웠다.
그는 "해리스는 우리의 삶을 개선하는 데 열정과 기쁨을 갖고 즐겁게 임한다"라며 "우리는 해리스를 다음 대통령으로 만들 기회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해리스는 중산층의 세금, 의료비, 주택구매 자금을 줄여 줄 수 있다"며 "그가 당신의 자유를 위해 싸울 것이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월즈는 "해리스는 경험이 있고 준비가 돼 있다. 1인치씩, 1야드씩 전진하자"며 "우리가 싸울 때, 우리는 이긴다"고 외치며 남은 76일간 대선 기간 선전을 독려하는 외침으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월즈의 연설로 사흘째 일정을 마무리한 민주당 전당대회는 마지막 날인 22일 예정인 해리스의 대통령 수락 연설로 절정의 순간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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