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환자 위험에 빠뜨리는 저산소증, '미성숙 적혈구' 때문

중증일수록 미성숙 적혈구 늘어→산소운반 ↓ 감염률 ↑

항염증제 덱사메타손, 미성숙 적혈구 감염 억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의 낮은 혈중 산소 농도가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체내 '미성숙 적혈구' 생성 때문이라는 캐나다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미성숙 적혈구들이 계속 늘면서 정상 적혈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혈중 산소가 낮으면 체내 기관들이 손상되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어 매우 위험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진행하면서 항염증제로 쓰이는 덱사메타손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 감염을 억제하는 기전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캐나다 앨버타대학은 지난 2일 홈페이지를 통해 쇼크롤라 엘라히 의과대학 교수팀이 최근 발표한 연구를 통해 코로나19 환자들의 낮은 산소 수치를 보이는 원인을 규명했다며 해당 연구 결과를 지난달 국제 학술지 '스템셀리포트(Stem Cell Reports)'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바이러스, 미성숙 적혈구 생성에 영향→산소운반 ↓ 감염률 ↑

연구팀은 코로나19 환자 128명의 혈액을 채취해 조사했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중환자실에 입원한 중증 환자부터 일반 병실에서 치료 중인 중등도, 그리고 입원이 필요 없는 경증 환자들이 모두 포함됐다. 조사 결과 연구팀은 질병의 증상이 심할수록 혈액 내 미성숙 적혈구가 늘어 전체 혈액 내 세포의 60%까지 차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건강한 사람의 경우 혈액 내 미성숙 적혈구의 비중은 발견되지 않거나 많아야 1% 미만이다.

연구결과 미성숙 적혈구들은 산소 운반 능력이 없으며 바이러스 감염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특히 바이러스에 감염된 미성숙 적혈구가 늘면 우리 몸은 그만큼 산소를 운반할 수 있는 적혈구 생산을 늘린다. 하지만 이렇게 추가로 만들어진 적혈구는 완전히 성숙되기 전에 다시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파괴돼 성숙한 적혈구를 대체하기 힘들어진다. 성숙한 적혈구가 부족할수록 혈중 산소를 운반하는 능력은 계속 감소한다.

또한 미성숙 적혈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하는 통로로 쓰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2(ACE2)와 프로테아제(TMPRSS2) 수용체가 발현되는 것이 발견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표면에 위치한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용해 ACE2 또는 TMPRSS2와 결합해 세포 내로 침입한다. 따라서 현재까지 개발된 모든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는 이 스파이크 단백질이 ACE2 또는 TMPRSS2와 결합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졌다.

아울러 연구팀은 미성숙 적혈구들이 우리 몸에서 강력한 면역 억제 세포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미성숙 적혈구가 많을수록 항체 생산이 억제되고 바이러스와 싸울 T세포 등 면역 세포를 억제해 전체적인 증상이 계속 악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항 염증제 덱사메타손, 세포 감염 억제에 도움

미성숙 적혈구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일으키는 수용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연구팀은 미성숙 적혈구의 코로나19 감염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약물을 검사했다. 연구팀은 기존에 코로나19 환자들의 치료에 쓰이는 항염증제인 덱사메타손이 미성숙 적혈구의 바이러스 감염을 현저하게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덱사메타손은 일종의 스테로이드제로 면역을 억제해 치료 효과를 나타내며 주로 염증 반응이 심한 중증 코로나19 환자에 쓰인다.

연구팀에 따르면 덱사메타손은 미성숙 적혈구에 있는 ACE2 및 TMPRSS2 수용체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것을 억제해 감염 가능성을 줄인다. 또한 덱사메타손은 미성숙 적혈구들의 성숙 속도를 증가시켜 적혈구가 핵을 더 빨리 배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바이러스는 세포핵 안으로 침입해 복제 과정을 거치는데 세포핵이 없으면 복제할 장소가 없어진다.

엘라히 교수는 "지난 1년간 코로나19 치료에 덱사메타손이 널리 쓰여왔지만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었다"며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코로나19 환자들이 해당 약물의 혜택을 받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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