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의 '기후변화 게임체인저'…차세대 원전 SFR 뭐길래

연료 한 번 주입해 수십년 원전 운전…폐기물 문제 낮춰

경수로에 비해 안전성, 연료 효율 좋아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

 

"기후변화를 대비하는 에너지 산업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빌 게이츠는 2일(현지시간) 마크 고든 미국 와이오밍주 주지사가 주재한 화상회의에서 주내 폐쇄 석탄공장 부지에 나트륨을 냉각재로 이용한 소형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트륨(소듐) 냉각 고속로(Sodium-cooled Fast Reactor·SFR)는 냉각재로 액체 나트륨을 사용한다. 현재 널리 쓰이는 경수로는 물을 냉각제로 사용한다.

빌 게이츠는 현재 널리 쓰이는 경수로가 아닌 SFR을 왜 선택했을까?

김용희 카이스트 원자로 물리 및 핵변환 연구실 교수는 "(빌 게이츠의) 테라 파워에서 개발하는 원전은 (이상적으로) 한 번 연료를 장전하면 수십년을 연속 운전 할 수 있다. 연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경수로의 경우에는 매 18개월마다 연료의 3분의 1만큼 갈아 끼워 주지만, 이 원전은 동일한 에너지를 만들면서도 (장시간 운전해) 사용후연료가 딱 한번 나오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연료교체 주기가 길고, 연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경우 관리 비용 및 사용후연료 처분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또 냉각재가 원자로 출구에서 더 높은 온도를 가질 수 있어서 열효율 관점에서 SFR이 경수로에 비해 강점을 지닌다. 버리는 열이 적고 발전에 사용할 수 있는 열이 더 많은 것이다.

SFR은 안전성 측면에서도 경수로에 비해 뛰어나다. 경수로는 높은 압력 상태에서 운전하는데, 이 경우 압력 이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SFR은 대기압하에서 운전이 가능해 '고압'으로 발생하는 리스크가 없다.

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아이디어는 새로운 게 아니라 40여년 전에도 있었다. 1986년 미국에서 실험용 원자로가 운영됐다.

이때 운전 중에 일부러 냉각제 펌프를 멈추거나, 증기발생기를 멈춰 원자로의 열이 빠져나가게 하지 못하는 극한 상황을 가정한 안전 시험이 시행되기도 했다. 원자로의 열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노심 용융(멜트타운)을 비롯한 중대 사고로 발전 할 수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SFR은 이런 극한 상황 실험에서도 자연현상에 의해 스스로 열 출력이 줄어들고 안정화될 수 있었다. 즉 외부 동력이나 냉각제 주입 없이도 상태가 안정화되는 '고유 안전성'이 높은 것이다.

그렇다면 왜 아직까지 상용화가 안 됐을까?

김 교수는 △경수로형 원전의 더 이른 상용화와 확산 △나트륨의 특성으로 이를 설명했다.

경수로 원전은 SFR에 비해 더 이른 시기에 상용화되고 전 세계로 퍼졌다. 설비 투자가 대규모로 이뤄지는 등 경수로 중심의 원전 생태계가 구축돼, SFR의 투자 효율이 떨어지게 됐다.

나트륨은 화학적으로 활성도가 높다. 특히 물과 폭발적인 반응을 한다. 이 위험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상용화의 걸림돌이었다. 또 원자로에서 나오는 열이 특정 범위를 넘어서 냉각재인 액체 나트륨이 가열되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문제였다.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개선된 핵연료를 개발해 나트륨이 끓어버릴 가능성을 불가능에 가깝게 낮추고, 물과 나트륨이 직접 만나지 않도록 하는 열저장 기술이 개발되는 기술적 진보가 있었다.

열 저장 기술은 빌 게이츠의 테라 파워와 GE히타치가 협업하며 확보됐다. 융용염을 이용해 열을 저장하는 이 기술은 원자로에서 발생한 열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에 열을 발전에 이용할 수 있다. 풍력이나 태양광·열 발전의 단점인 '간헐성'을 보완하고, 효율적인 전력 생산·판매가 가능해 경제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김용희 교수는 "경수로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궁극적인 원전 시스템이냐고 물으면 아니라는 답밖에 나올 수 없다. 경수로는 사용후연료와 안전이라는 관점에서 충분히 좋다고 볼 수 있지만 여전히 여러 가지 이슈가 있다"며 "빌 게이츠가 혁신을 한 것은 장시간 운전, 안전 등이고, 어느 정도 달성했기 대문에 와이오밍주와 구체적 논의를 하는 단계까지 간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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