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일" 이란 보복 임박에 각국 대피령…"4월 약속대련과 달라"

미국, 중동에 전투기와 군함 추가 배치 결정…확전 위기 대응

"美·이스라엘, 예측할 수 없는 더 광범위하고 더욱 복잡한 이란 보복 대비중"

 

이스라엘과 이란 및 친(親)이란 세력 간 갈등으로 중동 지역 역내 긴장감이 크게 고조하고 있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이르면 5일 시작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은 레바논에서 자국민 대피령을 발동해 불안감이 커지는 형국이다.

3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전날 중동 지역에 군함과 전투기를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란과 그 대리 세력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위협에 대응하고 이스라엘의 안보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미국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지상 기반 탄도미사일 방어 체계를 중동에 추가 배치하기 위한 준비 태세를 강화할 것"이라며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미군의 방어를 개선하고 이스라엘의 안보 지원 강화를 위해 비상사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미군의 태세를 조정하라고 명령했다"고 설명했다.

오스틴 장관은 탄도미사일 격추가 가능한 해군 순양함과 구축함을 중동과 유럽 지역에 추가로 파견하는 방안을 승인하고, 중동에 1개 비행대대 규모의 전투기 또한 추가로 파견하기로 했다.

또 핵 추진 항공모함인 에이브러햄 링컨함 타격 전단을 이곳에서 전개하기로 결정했다. 이 전단은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전단의 임무를 이어받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미국은 레바논에 있는 자국민들에게 대피를 촉구했다. 레바논 주재 미국 대사관은 레바논에 있는 자국민들에게 "가능한 한 모든 항공편을 이용해 레바논을 떠나라"고 밝혔다.

다른 서방 국가들도 역내 확전을 우려해 이스라엘과 레바논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데이비드 라미 영국 외무장관은 "지역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할 수 있다"며 레바논에 있는 국민들에게 출국을 요구했고, 캐나다도 레바논 여행을 금지한 기존 권고에 더해 이스라엘 여행을 자제하라고 국민들에게 경고했다.

프랑스는 레바논뿐만 아니라 이란을 방문하는 자국민에게 즉시 떠날 것을 요구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해당 지역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위험이 커졌기 때문에 이란에 머물고 있는 프랑스 국민은 가능한 한 빨리 떠나기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레바논에는 프랑스 국민 2만 3000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지난달에만 1만여 명의 프랑스 국민이 레바논을 찾았다.

핀란드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 여행 금지를 권고했으며, 스웨덴 역시 레바논에 있는 대사관 직원들에게 레바논을 떠나 키프로스로 가라고 지시한 뒤 대사관을 일시적으로 폐쇄했다.

◇하니예 암살 "건물 내 폭탄" vs "단거리 발사체"

최근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 간 공방이 격화한 데 이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영토 내에서 암살당하며 역내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란에서는 하니예의 암살 방법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상태다.

하니예는 지난달 31일 이란에서 머물던 숙소에서 폭발이 발생하며 사망했다. 이 숙소는 IRGC가 운영하고 보호하는 곳으로, 이란 수도 테헤란 북부의 고급 주택가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하니예의 사망 직후 이란 보안 요원들은 이 숙소를 급습했고, 숙소 내 직원 전원을 격리한 뒤 개인 전화기를 포함한 모든 전자 기기를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고위 장교, 군 관계자, 숙소 직원 등 20여 명도 체포됐다.

폭발 원인을 두고는 IRGC 발표와 외신 보도가 엇갈리고 있다. 앞서 NYT는 2명의 이란 관리와 5명의 중동 관리, 미국 관리 1명을 인용해 하니예가 그가 머물던 귀빈용 숙소에 밀반입된 폭발물로 암살당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악시오스 등 외신들도 하니예가 미리 설치된 폭발물에 암살당했다고 전했다. NYT는 이 폭발물이 하니예가 있던 방 안에 약 2개월 전부터 숨겨져 있다고 보도했으나, 이란 당국은 하니예의 암살에 사용된 무기는 단거리 발사체였다고 공식 발표했다.

IRGC는 "숙소 외부에서 약 7㎏의 탄두를 장착한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해 강력한 폭발을 일으킴으로써 수행됐다"고 밝혔다. 이란이 하니예 암살 방법에 대해 입장을 내놓은 것은 사건 발생일로부터 사흘 만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IRGC 요원들을 고용해 건물 내 방 3곳에 폭발물을 심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초 이스라엘은 에브라힘 라이시 전 이란 대통령 장례식이 있던 지난 5월 하니예를 겨냥해 폭발물을 터뜨릴 계획이었으나, 건물에 생각보다 많은 인파가 몰리며 이 계획은 무산됐다고 전했다.

◇이란, 보복 공격 시점 언제?…5일 혹은 12일

하니예의 장례 절차도 마무리되며, 이란이 조만간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력한 보복 날짜로는 유대교 명절 '티샤 베아브' 기간인 오는 12~13일이 꼽힌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영국의 합작 매체 스카이뉴스 아라비아는 서방 정보 소식통을 인용, 이란이 헤즈볼라의 도움을 받아 티샤 베아브 기간 보복에 나설 수 있다고 보도했다.

티샤 베아브는 예루살렘의 성전이 신바빌로니아 제국에 파괴된 사건을 애도하는 명절로 올해는 8월 12일부터 13일까지다.

반면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마이클 쿠릴라 미국 중부 사령관이 3일 중동에 도착했다고 보도하면서, 미국 및 이스라엘 관리들은 이란의 보복 공격 시점을 이르면 5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4월 이스라엘-이란 간 '약속대련'과는 달라"

 

악시오스는 쿠릴라 사령관의 이번 역내 방문은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 및 헤즈볼라와의 긴장이 고조되기 전 계획됐던 것이지만, 그는 이번 방문에서 국제 및 지역 연합 동원을 시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이란은 지난 4월 13일, 주시리아 이란 영사관 폭격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며 1100㎞가 넘게 떨어진 이스라엘 영토 내 표적을 향해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무인기(드론) 300여 기를 날려 보낸 바 있다.

이에 미국은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요르단과 사우디 등과 손잡고 다중 미사일 방어 체계를 구축해 이란으로부터 이스라엘을 보호한 바 있다.

요르단의 경우,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드론이 자국 영공으로 들어오자 이를 적극 요격했고, 미국과 이스라엘 전투기가 요르단 상공에서 이란 드론을 요격할 수 있도록 영공 비행을 허용한 바 있다.

다만, WSJ은 이란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이란 간 긴장을 완화시키려고 하는 미국과 아랍 외교관들과의 대화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WSJ 이 때문에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지난 4월 이스라엘 공격 때보다 "예측할 수 없는" 더 광범위하고, 보다 복잡한 이란의 보복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지난 4월 공격에 앞서 이스라엘 측에 자신들의 계획을 경고해, 미국과 이스라엘에 준비할 시간을 제공한 바 있다. 결국, 대다수 드론과 미사일은 이스라엘에 도달하기 전에 요격됐다.

정보 부족으로 인해 중동은 지난해 10월 가자 전쟁 개시 이후 가장 위험한 순간 중 하나를 맞이하게 됐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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