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모자 金' 도전…"길영아 아들 지우고 김원호의 엄마로"[올림픽]
- 24-08-02
김원호, 정나은과 호흡 맞춰 2일 혼복 결승 출전
엄마 길영아는 1996 올림픽 혼복 금메달리스트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결승전에 오른 김원호(삼성생명)가 전인미답의 새 역사 앞서 서 있다. 이제 1승만 더 하면 한국 스포츠 사상 첫 '모자(母子)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기록을 수립하게 된다.
세계 랭킹 8위 김원호-정나은(화순군청)은 2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배드민턴 혼합복식 4강전에서 서승재(삼성생명)-채유정(인천공항) 조(랭킹 2위)를 2-1(21-16 20-22 23-21)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경기를 앞두고 김원호-정나은의 승리를 점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이름값, 랭킹, 최근 분위기 등 모든 면에서 열세로 보였으나 엄청난 투혼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다음 상대는 세계 1위 정쓰웨이-황야충(중국). 서승재-채유정보다 더 강한 상대다. 예선에서 한 차례 맞붙었는데 0-2(13-21 14-21)로 완패했다. 냉정히 볼 때 김원호-정나은의 승리 가능성이 중국보다 떨어진다.
그러나 모든 것을 쏟아내야 하는 결승 무대는 앞선 데이터가 무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게다가 김원호에게는 꼭 이겨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정상에 서면 어머니와 함께 모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원호의 어머니는 길영아 삼성생명 감독으로, 세계 1위 안세영을 지도하고 있다. 길 감독은 현역 시절 1990년대 '복식의 여왕'으로 불렸다.
1992 바르셀로나 대회 여자복식 동메달에 이어 1996 애틀랜타 대회에서는 혼합복식 금메달과 여자복식 은메달을 동시에 목에 걸었다. 당대 방수현과 함께 한국 여자 배드민턴계를 대표하는 스타였다.
김원호가 배드민턴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어머니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일찌감치 엄마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그는 태장초 시절 이미 좋은 기량으로 주목받았고 차근차근 국가대표로 성장했다.
김원호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복식에서 최솔규(요넥스)와 은메달을 따며 모자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 기록을 세웠다. 길 감독은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금메달(여자 단체)을 비롯해 은메달 2개를 더 갖고 있다.
김원호의 올림픽은 이번이 처음이라 모자 동반 메달과 관련한 기록이 없었는데 결승에 올라 최소 은메달을 확보했고, 이젠 금메달을 정조준한다. 갖은 우려를 딛고 결승에 오른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더 큰 업적을 만들 수 있다.
김원호는 4강전 승리 후 "예선에서는 중국 조의 상대가 되지 못했는데 결승은 다를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어머니를 향해 한마디 남겨달라는 질문에는 "앞으로는 내가 길영아의 아들이라는 얘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김원호의 엄마'라는 얘기를 들으며 살게 해드리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원호-정나은 조와 정쓰웨이-황야충의 결승전은 2일 오후 11시 10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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