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상대 흉기난동에 성난 英군중…이슬람 사원에 '화풀이'
- 24-07-31
'경찰이 용의자 신상 은폐' 음모론 속출…스타머 총리, 폭력시위 엄벌 경고
영국 어린이 댄스 교실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으로 어린이 2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치자 성난 군중들이 애꿎은 이슬람 사원에 방화를 시도하며 화풀이에 나섰다.
체포된 용의자가 이슬람 신자라는 잘못된 정보에 시위대가 동요한 것으로 종교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이 보이자, 영국 정부는 폭력 행위를 엄벌하겠다고 경고했다.
로이터 통신과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영국 리버풀의 해안 마을 사우스포트에는 전날 지역 어린이 댄스 교실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 사건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그러나 일부 시위대는 이슬람 사원을 향해 물건을 던지는가 하면 불을 지르려고 했다. 이를 막으려던 경찰과도 충돌해 경찰차가 화염에 휩싸였고, 경찰관 39명이 부상해 이중 27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들은 "조국을 되찾고 싶다"며 이번 흉기 난동의 원인을 이슬람 이민자들의 탓으로 돌렸다. 온라인에선 17세 용의자가 이슬람 이민자며 범행 직전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를 외쳤다는 거짓 정보가 확산했다.
지역 경찰은 용의자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신원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웨일스 수도 카디프 출생자라며 억측 자제를 호소했다. 그러자 경찰이 용의자의 신상을 은폐하고 있다는 음모론까지 나돌았다.
이날 흉기 난동 현장을 방문한 키어 스타머 총리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다발을 땅에 놓고 묵념했다. 총리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사우스포트 주민들은 어제 겪은 끔찍한 일로 큰 충격에 빠져 있다"고 위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우리의 지지와 존중을 받을 자격이 있다"며 "희생자들을 위한 집회를 폭력으로 가로챈 자들은 슬픔에 잠긴 지역 사회를 모욕한 것"이라며 "법의 힘을 온전히 느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베트 쿠퍼 내무장관도 시위대의 폭력을 규탄하며 "책임자들은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각종 거짓 정보와 음모론을 조장하는 이들을 적발하기 위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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