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신혜숙] 마른 꽃

신혜숙(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마른 꽃


지열의 힘으로 견디는 꽃대는

꽃을 피우는 순간까지 흔들거린다

그리운 이름으로 밀어 올린 꽃봉오리

바람은 꽃잎의 시간을 서성거린다


한 송이 또 한 송이 꽃 필 때마다

다른 기다림이 생겨나고

철이 들듯 그리움으로 짙어간다


꽃잎이 비에 젖어

꽃물이 떨어져도

내 발등만 물들이다 시들고 싶지 않다


끝까지 붙잡고 싶은 세밀한 기억들

타버린 향기는 연기처럼 흩어졌어도

벽에 걸려 거꾸로 보는 세상은 한결 가볍다


말라버린 표정은 어쩔 수 없지만

그때의 향기는

끝까지 기억하리라


다시 꽃 피울 푸른 계절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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