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적이게 됐고, 화를 잘 낸다"…'폭망토론' 이후 바뀐 바이든

TV토론회 대패 후 열세…사퇴 압박으로 입지 좁아져

민주당 전략가 "우린 늙고 화난 남자 상대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들어 '분노'를 쏟아내는 일이 잦아졌다고 미(美) 정치전문매체 '더 힐'이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를 나눈 인사들을 인용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세에 몰린 바이든 대통령이 '흑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라이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공화당)과의 CNN 주최 TV토론회에서 대패(大敗)했다는 평가를 받은 후, 대선 후보로서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들을 맞고 있다. 이제는 세기도 힘든 당 안팎의 수많은 '후보 사퇴' 주장과 함께 박빙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섰던 지지율은 날이 갈수록 열세에 가까워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지난 13일 벌어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총격 사건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완전한 악재'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층의 결집을 꾀했을 뿐만 아니라 무당층의 동정표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향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이외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통령 후보(러닝메이트)로 30대 상원의원(J.D. 밴스)을 지명한 일, 취임 후 세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일은 모두 그의 '고령 리스크'를 자극해 후보로서의 입지를 좁게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근래 있던 '분노의 바이든' 대표 사례로는 지난 13일 바이든 대통령과 제이슨 크로우 민주당 하원의원과의 통화가 꼽힌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크로우 의원이 '유권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보여준 고령화에 따른 활력 감소 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세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지도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외국 지도자를 한 명만 말해봐라. 그게 누군지 말하라"며 "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다시 합쳤는지 말하라"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무공훈장을 받은) 당신의 리더십이 자랑스럽지만 그걸 아느냐. 한국과 일본이 함께 일하고 있고 내가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도 결성했다"고 소리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크로우 의원에게 "헛소리는 그만하라"고 신경질적인 반응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5일 백악관에서 가진 NBC뉴스 앵커 레스터 홀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회에서의 부진 이후 '다시 말을 탈 것인지'에 관한 질문에 "나는 말 위에 있다. (내가) 어디 갔었나"라고 반문하며 "22개의 주요 행사들에 참석했고 수천 명의 사람들을 만났다. 나는 말을 타고 있다"고 답했다.

대선 후보직 사퇴 요구에 대한 언급에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후보직을 이어갈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터뷰 내용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밴스 의원보다 자신의 '결점'이 중점이 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2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는 "제가 가끔 이름을 혼동하는 것을 두고 그들(언론)이 나를 때리고 있다"고 했다.

한 민주당 전략가는 이와 관련 "우리는 늙고 화난 남자를 상대하고 있다"며 "어떤 면에서는 매우 트럼프스러운데, 좋은 모습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의 분위기는 지금 우리가 처한 순간을 설명한다. 우리는 이 혼란에서 우리를 이끌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더 힐'은 "바이든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가 '아일랜드의 성질'을 갖고 있으며, 이에 따라 '차가움'에서 '뜨거움'으로 금방 변할 수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한 측근은 "대통령은 자신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진심이다"며 "그래서 사람들이 그를 의심하는 것은 그에게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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