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관광객이라고 돈 더 내라고?…일본서 이중가격제 확산

관광객 수요 있는 곳에만 출점하겠다는 외식업체도 등장…보편화 조짐

이미 이중가격제 정착한 인도서는 오히려 정찰제·정가 판매 확산세


일본에서 방일 관광객만 상품 가격을 더 올려 받자는 '이중가격제' 논의가 대두된 후로 실제 가게 운영에 적용하는 업체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가 1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관광객 수요를 노리고 조성한 식당가는 연일 손님으로 북적이며, 관광객 수요가 있는 곳에만 가게를 내겠다는 외식업체도 등장했다.

 

지난해 11월 도쿄에 와규 꼬치구이집을 연 한 체인업체는 지난 4월 관광객 매출이 76% 증가해 역대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단 일본에서 장사를 하는 이상 일본인 손님도 상대해야만 가게를 지속할 수 있다. 업체는 이런 상황에서 나온 답이 '이중가격제 도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미 이중가격제를 시행하고 있는 한 해산물 음식점에서는 일본 거주자와 관광객의 가격을 따로 책정했다. 같은 해산물 무제한 리필 메뉴를 먹어도 일본 거주자는 5980엔(약 52000원)을, 관광객은 이보다 1000엔 높은 6980엔(약 6만1000원)을 내야 한다.

운영회사 측은 "관광객 접객 비용을 생각하면 금액을 높게 설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홍콩에서 이 가게를 찾아온 한 20대 관광객은 닛케이에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보고 꼭 오고 싶었다. 고향에서는 같은 요리를 먹으려면 2배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후루카와 쇼헤이 변호사는 "요금이 적절한지 설명이 가능하다면 이중가격 표시를 해도 경품표시법에 문제는 없다. 소비자가 받아들이기 나름이다"고 했다. 

나카조라 마나 파리바 증권의 글로벌시장 총괄본부 부회장은 "엔저는 엔저대로 이익을 확정할 수 있도록 생각해야 한다"며 "해외 여행자에게 설정된 소비세 환원(면세)은 폐지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일본에 앞서 이중가격제가 자연스럽게 정착한 인도에서는 의외로 부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관광지 입장료의 경우, 15배 가까이 가격차가 벌어진다.

프라자파티는 "비싼 요금을 지불해도 같은 서비스를 받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별로 큰 금액이 아니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외국인도 있을지 모르지만 외국인이 모두 부자인 것도 아니다"며 "인근의 가난한 나라에서 오는 여행자도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 사정으로 영국과 인도를 오가며 일하는 인도인 라케시 라마 씨는 택시 운전사가 자신과 가족에게 바가지를 씌우려 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제시받은 150루피(약 2500원)가 터무니없다는 생각에 다른 택시를 불러 3분의 1 가격으로 흥정한 경험이 있다며 "현지인이 아니라고 높은 가격을 덤터기 씌운 것 아니냐"고 푸념했다.

한편 최근에는 판매하는 쪽도 가격 흥정을 하기보다는 정가 판매를 선호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펫과 숄 등을 판매하는 가게의 영업 담당 샴셰르신 씨는 "최근 10년간 상품을 정가로 파는 가게가 늘었다. 인도뿐 아니라 세계적 트렌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SNS의 보급으로 외국 관광객 손님도 현지 시세를 조사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차가 큰 거래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인도에서도 상품 가격을 명시한 쇼핑몰과 슈퍼마켓이 늘어나는 가운데, 명료함이 떨어지는 이중 가격제는 버려질 운명일지도 모른다고 마이니치는 논평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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