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시 추락사에 이란 사회 분열…"순교했다" vs "종교 독재 종식"

이란 대통령, 전날 헬기 추락사…테헤란 광장엔 추도 인파 가득

'테헤란 도살자' 라이시, 반체제 인사 수천명 숙청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사고를 둘러싸고 이란 사회가 혼란에 휩싸였다.

로이터·AFP통신을 종합하면 20일(현지시간) 라이시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닷새간의 국가 애도 기간이 선포되면서 추도 인파는 테헤란 발리아스르 광장을 가득 메웠다. 사망 소식을 실은 신문을 읽으며 망연자실해 하는 시민들도 도시 곳곳에서 포착됐다. 

 

이날 테헤란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검은색 차도르를 입은 여성들은 라이시의 사진을 들며 오열했고 시민들은 추모의 뜻으로 라이시 대통령의 사진을 세워두기도 했다. 

시아파 성지인 콤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바시즈 민병대원 모하마드 호세인 자라비(28)는 "라이시는 국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이었다. 그의 유산은 우리가 살아있는 한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애도 기간 첫날 대부분의 상점들은 영업을 이어갔고 그의 죽음을 축하하는 국민들도 존재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실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의 후계자로 유력했던 '강경파 보수 성직자'였던 라이시는 그간 반체제 인사 수천 명을 숙청해 '테헤란의 도살자'로 불려왔다. 또 지난 2022년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 사건으로 촉발된 히잡 시위 당시에도 시위대를 유혈 진압한 인물이기도 하다. 

 

라이시의 사망이 공식 확인된 이후 온라인 포럼에선 그에 대한 엇갈린 평가도 잇따랐다. 

누리꾼 소란 만수르니아는 라이시의 죽음의 유산에 대해 토론하는 온라인 포럼에서 "라이시로부터 숙청을 당한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을 축하한 반면 라이시가 "순교자의 죽음"을 당했다며 사고를 개탄하는 목소리도 존재했다.

테헤란에서 거주하는 학생 라일라(21)는 로이터통신에 "(라이시가) 히잡을 착용하라며 여성들을 단속하라고 명령한 인물이기에 라이시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라이시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권이 변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 슬프다"고 덧붙였다.

그간 라이시로부터 억압을 받았던 이란의 활동가들과 시민들은 기쁨의 춤을 추기도 했다.

이란계 미국인 언론인이자 작가인 마시흐 알리네자드는 "많은 이란의 젊은이들, 특히 (히잡 반대) 운동 중에 상처를 입은 여성들이 그의 죽음에 기뻐하며 춤을 추는 영상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인들은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그의 '종교 독재'가 전복될 때까지 '자유, 민주주의, 존엄성'을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국민들은 라이시의 죽음으로 국내 정세가 변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이들은 지도부가 라이시와 비슷한 강경파로 교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란 중부 야즈드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레자(47)는 "강경파 한 명이 죽었다고 신경 쓰지 않는다. 또 한명의 강경파가 그를 대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경제적 사회적 문제로 너무 바빠 이런 소식에 걱정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일련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위기에 대한 이란 당국의 대처는 성직자 통치자와 사회 사이의 격차를 심화시켰다"면서 "성직자 통치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라이시는 반체제 인사에 대한 숙청을 주도한 증오의 대상"이라고 전했다.

한편 라이시 대통령은 전날 동아제르바이잔주 바르즈건 지역에서 열린 댐 준공식에 참석한 뒤 헬기에 탑승, 테헤란으로 복귀하다 산악지대에 추락해 숨졌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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