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적 적대행위 중단' 조항 문제?…하마스-이스라엘, 휴전안 이견
- 24-05-07
라파 공격 임박 속 하마스 "휴전 제안 수용" 발표
네타냐후 "휴전안, 우리 요구와 달라"…이스라엘군, 라파서 표적 공습 강행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라파 지상전을 앞두고 하마스가 휴전안을 수용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동의하지 않은 조항들이 대거 삽입됐다며 휴전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당초 하마스가 휴전안을 수용하겠다고 발표하자 라파 주민들은 종전 기대감에 환호성을 터트렸지만, 이스라엘군은 휴전안을 검토하는 동시에 라파에서의 군사작전을 병행할 것이라 밝히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CNN, 로이터·AFP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하마스는 6일(현지시간) 휴전·재건·난민 귀환·포로 교환 등 내용이 담긴 휴전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 측은 휴전안의 세부 내용이 자신들이 동의한 내용과 상당 부분 다르고, 하마스는 휴전 협상을 거부하는 주체가 이스라엘인 것처럼 몰아가는 '계략'을 펼치고 있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 라파 지상전 초읽기에 항복?…하마스 "카타르·이집트 휴전안 수용"
앞서 이스라엘군이 라파에 '즉시 대피' 명령을 내려 공습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되자 하마스는 휴전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마스는 성명에서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타니 카타르 총리와 압바스 카멜 이집트 정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하마스가 휴전협정에 합의했다는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다.
이후 하마스는 추가 성명을 내고 자신들이 이날 요구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니예는 이슬라믹 지하드의 수장인 지야드 알 나칼라와 전화통화를 실시한 뒤 성명에서 "(하마스가) 휴전, 이스라엘군의 광범위한 철수, 수감자들의 '명예로운' 교환, 가자 재건, 포위 해제 등을 포함한 요구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네타냐후 "하마스의 휴전안, 우리 조건과 달라…라파 군사작전 강행"
그러나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가 수용한 합의안엔 자신들이 동의하지 않은 내용이 상당 부분 삽입됐다며 휴전을 거부하는 양상이다.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들을 석방하기 위해 압박하고, 이스라엘군이 전쟁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라파 공습을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 전시내각은 인질 석방과 다른 전쟁 목표를 앞당기고 하마스에 군사적 압박을 행사하기 위해 라파에서 작전을 지속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했다.
다만 "하마스의 제안이 이스라엘의 필요한 요구와는 거리가 멀지만, 이스라엘이 수용할 수 있는 조건에 합의하기 위해 이스라엘은 중재국으로 실무 대표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이스라엘군은 가자 남부 라파시 동부지역에서 하마스 소속 목표물들에 대한 표적 공격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익명의 이스라엘 관리도 로이터통신에 하마스가 동의한 휴전안을 이스라엘은 수용할 수 없다면서 "이집트가 일방적으로 낸 이 제안에는 이스라엘이 동의하지 않는 광범위한 '결론'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또 이스라엘 관리는 하마스가 휴전안을 수용하겠다고 기습 발표함으로써 휴전 협상을 거부하는 주체가 이스라엘인 것으로 몰아가는 '계략'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도 '하마스가 휴전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말한 것이 가자지구에서 계획된 공습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 묻는 말에 "우리는 모든 답변과 대응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검토와 병행해) 가자지구에서 군사 활동을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계속 활동할 것"이라고 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수용한 조건들은 이스라엘이 동의한 조건들이 아니라고 이스라엘 관리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면서 "하마스가 수용한 제안은 이집트가 일방적으로 제안한 것으로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기 전까진 이스라엘이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당국자들도 채널12 방송에 "이스라엘-이집트가 열흘 전 합의한 협상안과 하마스가 이날 수용한 것은 같은 협상안이 아니다. 하마스가 수용하겠다고 밝힌 협상안엔 '모든 종류'의 조항이 삽입됐다"고 주장했다.
협상안에 새롭게 삽입된 조항들 가운데는 △종전 시점 △종전 방법 △종전을 위해 어떤 보장이 이뤄질지 등 내용이 포함됐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설명했다.
◇ "휴전·철군·재건"…하마스의 휴전안은 3단계로 구성
하마스가 수용하겠다고 밝힌 협상안엔 휴전과 이스라엘 철군, 가자지구 재건 등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마스 측 발표를 토대로 첫 번째 휴전 단계에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이스라엘 수용소에서 석방하는 대가로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억류 중인 인질 33명을 석방한다. 이 단계에서 양측은 42일간의 휴전에 돌입한다.
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부분적으로 철군한 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남부에서 북부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역시 42일간 이어지는 두 번째 휴전 단계에서 대부분의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철수한다. 두 번째 단계는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한 합의이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풀어주는 대가로 하마스는 이스라엘 예비군과 일부 군인들을 석방한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에서 카타르와 이집트, 유엔의 중재 속 가자지구에 대한 재건을 착수하고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완전한 봉쇄가 중단하는 내용이 골자다.
다만 미국 고위 관리는 "(휴전안에는) 적대 행위를 영구적으로 중단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네타냐후에게 레드라인"이라고 CNN에 전했다.
휴전 회담에 정통한 관리들 역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하마스의 요구대로 교전을 '영구적으로 중단해야 하는지' 아니면 이스라엘의 바람대로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의 귀환을 위해 일시적인 휴전만 수용해야 할지 이견이 존재했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은 이스라엘 등 동맹국들과 하마스가 수용한 휴전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은 휴전과 인질 제안에 대한 하마스의 대응을 검토하고 있고, 이를 중동 파트너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가자전쟁이 7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 군은 라파 지역에는 하마스 대원 수천 명이 숨어 있기 때문에 이곳을 장악하지 않고서는 승리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집을 잃은 100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라파에 체류하고 있어 군사 작전은 대규모 사상자를 낼 수 있다고 서방 국가들과 이웃 이집트 등은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 발발 이후 6일 기준 가자지구에서는 누적 3만 4735명이 숨지고 7만 8108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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