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5000년 전 네안데르탈인 여성, 이렇게 생겼다…英연구진 복원
- 24-05-02
이라크 동굴서 발견한 '샤니다르Z'…시신 매장·장례 의식 뒷받침
두개골 조각 200개 손수 이어 붙여…3D프린팅한 뒤 인조피부 입혀
현생 인류의 아종(亞種)인 네안데르탈인의 여성 얼굴이 7만5000년 만에 영국 연구진에 의해 복원됐다.
AFP 통신에 따르면 영국 케임브리지대 고고학 연구소는 복원한 네안데르탈인 여성 얼굴을 2일(현지시간) BBC 방송 다큐멘터리 '네안데르탈인의 비밀'을 통해 공개했다.
여성의 이름은 2018년 두개골이 발견된 이라크 쿠르디스탄 동굴 이름을 따서 '샤니다르Z'로 명명됐다. 발견 당시 상반신만 있었는데 하반신은 1960년 미 고고학자 랄프 솔레키가 이미 발굴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샤니다르Z는 금세기 발굴된 네안데르탈인 중 가장 보존이 잘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사망 직후 낙석에 의해 두개골 두께가 2㎝ 정도로 납작해져 있었고, 두개골을 포함한 상반신은 모두 조각난 상태였다.
연구진은 샤니다르Z의 두개골 200개를 손수 이어 붙였다. 샤니다르Z를 발견한 케임브리지대 엠마 포메로이 교수는 얼굴 복원의 첫 번째 단계로 200개가 넘는 두개골 조각을 이어 붙였다.
포메로이는 "차에 담근 비스킷처럼 부드러운 질감인 탓에 접착 작업은 고난도 퍼즐을 맞추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접착된 두개골을 3D 프린터로 인쇄한 뒤 그 위에 BBC 과학부에서 제작한 인조 피부를 덧입혀 네안데르탈인 여성 얼굴을 재현했다.
포메로이는 네안데르탈인의 두개골이 "눈썹뼈가 튀어나오고 턱이 없는 지금의 인간과는 매우 다르다"면서도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의 교배로 오늘날 거의 모든 인간이 네안데르탈인의 DNA를 갖고 있는 만큼 그 차이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꽃매장설'엔 회의적 반응…"그럼에도 공감 능력 있어"
고고학 연구소의 그레이엄 바커 교수는 샤니다르 동굴에서 1960년대 네안데르탈인 유골 10구가 발굴됐는데, 추가로 더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바커 교수는 이어 "우리는 네안데르탈인이 왜 4만년 전에 멸종했는지에 대한 학계 논쟁에 기여하기 위해 매장지 연대 측정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샤니다르Z를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샤니다르Z는 샤니다르 동굴 중앙의 바위 뒤편에 묻혀 있던 5번째 유골이다. 고고학자들은 이 바위가 같은 장소에 시신을 묻기 위한 일종의 길잡이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네안데르탈인이 동료들의 시신을 매장하고 장례까지 치렀다는 학설은 솔레키에 의해 약 60년 전 처음 제기됐다. 특히 솔레키는 돌무덤 옆에서 발견한 꽃가루를 보고 장례 의식의 증거라고 주장했는데, 그 실체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고고학 연구소와 함께 연구를 진행한 리버풀 존 무어스대의 크리스 헌트 교수는 솔레키가 발견한 꽃가루는 동굴 바닥에 파묻힌 벌에서 나온 것일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시신이 같은 자리, 같은 위치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름의 예법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했다.
그러면서 헌트 교수는 "솔레키가 관절염과 청각 장애가 있는 '샤니다르 1호'를 발견하면서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학계의) 재평가가 이뤄졌다"며 이들이 호모 사피엔스에 비해 잔인하고 정교하지 못했다는 통념과 달리 "동정심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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