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수장도 나섰다"…C커머스 '초저가 공세' 저지 나선 해외 각국
- 24-05-01
[알리·테무發 경제전쟁] EU,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 시행
미국·태국, 면세 기준 강화…프랑스·독일, '환경·안전' 우려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는 미국과 동맹의 최대 우려 사항이다. 우리 산업이 완전히 파괴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어떠한 옵션도 테이블에서 빼놓지 않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전 세계가 용납할 수 없는 문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앞서 옐런 장관은 지난달 초 중국을 방문해서도 "미국은 저가 중국산 제품 수입으로 인해 새로운 산업이 파괴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경제 강대국 미국의 재무를 담당하는 옐런 장관이 강도 높은 발언으로 중국 e커머스에 대한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글로벌 총매출에 과징금 부과…"엄격한 규제 적용"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쉬인 등 중국 e커머스(C커머스) 기업이 초저가 전략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을 강타하자 미국, 유럽 등 경제 강국들이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부가세를 부과해 관세 회피를 제재하거나 안전·환경 문제가 우려되는 제품 유통을 제한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유럽연합(EU)은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위한 '디지털서비스법'(DSA)으로 C커머스에 대한 강도 높은 압박에 나섰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DSA를 근거로 지난 3월 알리에 대한 공식 조사에 돌입했다.
알리가 가짜 의약품·건강보조식품 등의 제품 판매, 미성년자 음란물 접근 차단 조처 미흡 등 DSA 규정을 다수 위반한 것으로 의심한 것이다. EU 집행위원회가 e커머스 업체를 타깃으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U 집행위는 최근 쉬인을 DSA 상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VLOP)로 공식 지정하기도 했다. VLOP는 지역 월간 이용자 4500만 명 이상인 플랫폼이나 검색엔진을 말하며 여기엔 엄격한 규제가 적용된다. 알리바바와 틱톡, 알리 익스프레스도 포함됐다.
집행위 조사 결과에 따라 시정 조처가 미흡하거나 DSA 위반이라고 판단될 시 연간 전 세계 매출의 6%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또 EU는 회원국 밖에서 온라인 직구를 하는 경우 150유로 이하 물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지 않지만 C커머스에는 부가세를 부과하고 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관세 회피 저지"…면세 혜택 폐지
미국에서는 직구 무관세 혜택에서 중국을 제외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C커머스 업체를 관세법상 '최소 기준 면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다.
C커머스가 면세 제도를 악용해 '초저가' 물품을 유통하는 것이라고 보고 면세 기준을 강화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미국 관세법에 따르면 800달러 이하 수입품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미국은 2016년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해 수입 상품 무관세 기준을 종전 200달러에서 800달러로 올렸다.
테무·쉬인 등 중국 e커머스는 이 같은 허점을 노리고 미국 내에 물류센터를 두지 않은 채 중국에서 바로 배송하는 방식으로 관세를 회피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미국 의회는 테무를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위구르법) 위반자 명단에 올리는 법안도 검토 중이다. 테무가 위구르법 위반자 리스트에 오르게 되면 미국에서 사업을 철수해야 한다.
태국은 중국산 제품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데에 저가 수입품에 대한 부가가치세(VAT) 면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달부터 태국 정부는 모든 수입품에 동일하게 부가가치세 7%를 부과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1500밧(5만 5000원) 미만 수입품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가 면제됐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
◇"환경·안전 문제 우려"…C커머스 규제 명분 확보
환경 보호와 안전 문제 등을 규제 명분으로 내세운 제재도 있다.
프랑스는 테무와 쉬인을 겨냥해 '패스트패션 제한법'을 통과시켰다.
3월 프랑스 하원에서 통과된 패스트패션 제한법에는 패스트패션 의류에 대한 환경부담금 부과와 광고 금지 등이 포함됐다. 법안이 법제화되면 2025년부터 제품당 5유로(약 7300원)의 부담금이 부과된다. 2030년까지 판매가의 50%를 넘지 않는 선에서 10유로(약 1만 4000원)까지 부담금이 인상된다.
해당 법안은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게 공급·소비하는 의류인 패스트패션을 환경오염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면서 제재 명분을 삼았으나 사실상 중국 패스트패션 업체인 테무, 쉬인을 겨냥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성장한 쉬인은 2022년 11월 기준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어섰다. 기존 패스트 패션 업체 H&M(16%), 자라(13%), 패션노바(11%), 포에버21(6%)을 합친 것보다 많다.
독일은 테무가 판매하는 의류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 물질이 나오자 이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외 각국은 환경보호, 범죄 예방, 유해 물질 제한 등을 통해 규제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C커머스의 초저가 공세를 막기 위한 성격이 짙어 보인다.
1월 전 세계 주요 이커머스 앱을 대상으로 미국 시장조사 업체 센서타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월간 이용자 수 상위 앱 10개 중 7개가 C커머스로 나타났다. 이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6%에 달한다. 랭킹 4위인 테무는 프랑스와 독일, 영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쉬인은 글로벌 5위를 차지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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