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체스 스페인 총리 "사임 않겠다"…아내 '비리 의혹' 정면돌파 시사

"가장 사랑하는 사람 고통 받아"…"국민 지지로 명예훼손 이겨낼 것"

5일전 '진흙탕 싸움'에 사임 여지 남겨…스페인 정치 불확실성 일단락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29일(현지시간) 총리직을 유임했다. 산체스 총리의 아내가 비리 의혹으로 조사를 받게 된 지 닷새 만에 내린 결정이다. 

로이터·AFP 통신과 폴리티코에 따르면 산체스 총리는 이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숙고 끝에 총리직을 계속 맡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산체스 총리는 지난 24일 아내 베고나 고메즈 여사가 극우 단체로부터 비리 의혹으로 고발돼 법원의 예비 조사를 받게 되자 '진흙탕 싸움'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며 이날 사임 여부를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산체스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무고한 사람을 공격하는 것도 정치적 행위임을 받아들일 만한 가치가 없다"며 총리직을 사임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정당화할 명예는 없었다"고 유임 이유를 설명했다.

산체스 총리는 이어 자신의 가족을 향한 국민적 지지가 큰 힘이 됐다며 아내를 둘러싼 의혹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나와 내 가족을 향한 명예 훼손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우린 이를 감내할 수 있다. 각계의 연대 표명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산체스 총리가 이날 아침 펠리페 6세 국왕을 접견하면서 사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총리직 유임 결정으로 지난 5일간 스페인을 덮친 정치적 불확실성은 일단 걷히게 됐다. 이날 산체스 총리가 사임했다면, 스페인은 불과 5년 사이에 네 번째 총선을 준비해야 했다.

고메즈 여사는 2018년부터 4년간 스페인 IE 경영대학원 아프리카 연구센터 이사로 재직할 당시 항공사 에어유로파와 그 모회사 글로벌리아로부터 후원을 받은 대가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던 글로벌리아가 총 4억7500만 유로(약 7000억원)의 정부 구제금융을 받도록 지원해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극우단체 '마노스 림피아스'(깨끗한 손)의 고발로 불거진 의혹을 두고 24일 마드리드 고등법원은 고메즈 여사가 사업상 이득을 위해 정부 인맥을 이용했는지 여부에 대한 예비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중도우파 야당인 인민당은 산체스 총리에게 즉각 해명할 것을 촉구했고, 총리는 "우파와 극우파의 진흙탕 싸움에 내가 (공직에) 남아 있는 것이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사임 여지를 남겼다.

산체스 총리는 2018년부터 공직을 맡아왔으며 가장 최근인 지난해 11월 재선에 성공했다. 당시 총리는 자신이 몸담은 중도좌파 사회당과 좌파 수마르와의 연대를 통해 연립 정부를 구성했다. 하지만 현재 인민당이 사회당보다 8%포인트 앞서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산체스 총리의 사임 여부 발표는 고전이 예상되는 오는 5월 카탈루냐 스냅 선거(집권당에 의해 예정보다 일찍 치르는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거취 문제를 정치적 승부수로 건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