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난데 없는 '유모차' 논쟁…"당신 애 때문에 피해 입기 싫어!"

한국의 '맘충'과 같은 혐오표현, 日서도 SNS 중심으로 확산

"해결책 없이는 결혼·출산 희망하는 이들 위축시킬 우려 있어"


합계 출산율 1.26으로 한국과 함께 대표적인 저출생 국가인 일본에서 유아차(유모차)를 태운 아이를 동반한 손님에 대한 혐오가 퍼지고 있다. 기혼과 미혼, 자식의 유무에 따라 사회적 분열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이니치신문은 27일, 일본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이들,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에게 쏟아지는 비난이 "이전부터 조금씩 모양과 말을 바꾸어 반복적으로" 지속돼 왔다고 지적했다.

 

비난에 자주 사용되는 표현은 '유아차님(ベビーカー様)' 또는 '코모치(子持ち·아이가 딸린 사람)님'이라는 표현이다. 한국의 대표적 혐오 표현인 '맘충'과 같은 뜻으로, 돌봄 인프라가 부족한 사회 속에서 발생한 사소한 불편함조차 보호자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왜곡된 혐오가 일어나고 있다.

일례로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코모치님이 '아이가 고열'이라면서 갑자기 일을 쉬고 있다. 오늘 부서 전원의 업무량이 1.3배가 됐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그런가 하면 이달 들어 한 수프 전문점이 모든 점포에서 무료 이유식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하자 "제안자가 애가 있나 보네. 이제 안 감" "안 그래도 좁고 카운터밖에 없는 점포가 많은데 유아차에 부딪히는 건 못 참는다"는 등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 밖에도 "코모치님의 빈 곳을 메우기 위해 독신 여성이 일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다"거나 "아이 있는 사람 옆에 앉으면 리클라이너를 넘길 수도 없고 도움을 강요당한다"는 등 '왜 당신의 아이를 위해 우리가 희생해야 하느냐'는 식의 글이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다.

저널리스트 안도 유코는 "경제적인 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결혼 및 출산을 선택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 기혼과 미혼·자녀의 유무에 따른 분열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 사가미히라시에 거주하는 사와 준코씨와 두 자녀가 집에서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놀고 있다. 2020.03.12/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일본 사가미히라시에 거주하는 사와 준코씨와 두 자녀가 집에서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놀고 있다. 


일본에서 집 밖으로 아이를 데리고 나온 여성에 대한 멸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73년에는 국철 및 철도사가 '유아차는 위험하고 다른 손님에게 민폐를 끼친다'는 이유로 차내 유아차 탑승을 금지했으며, 백화점 화재 시 유아차가 피난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도쿄 소방청이 백화점 내 유아차 사용을 금지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오늘날 이런 차별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여성과 아이의 활동 범위를 제약하는 사고방식은 일부 남아 있다. 2022년 여론조사 결과 3명 중 한 명은 "남편은 밖에서 일하고 아내는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가부장적 명제에 찬성했다.

후지타 유이코 도쿄대학원 준교수는 남성보다 여성의 평균 임금이 낮은 점도, 비교적 여성이 돌봄 역할로 내몰리는 주요 요인이라고 짚었다. 둘 중 한 명이 벌어야 한다면 남편이 일하는 것이 유리하므로 여성이 경력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일본은 주요 7개국(G7) 중 남녀 임금 격차가 폭이 가장 큰 나라다.

가정 및 경제학을 전문으로 하는 사토 가즈마 다쿠쇼쿠대 교수는 "맞벌이 세대는 보육원 및 방과후교실 등을 이용해 돌봄의 부담을 '외부화'해야 하지만,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는 경우 등은 아무래도 직장 동료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행정이 중심이 되어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결혼과 아이 양육을 원하는 이들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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