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오인정] 복수초
- 24-04-22
오인정(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복수초
살을 베일 듯 매서운 바람과
한없이 쏟아진 눈더미 아래
움츠리고 움츠렸던 복수초
빼곡한 사철나무 사이로
눈부시게 내려진 햇살에
두텁던 눈더미 녹아지면
온 힘 다하여 기지개 펴며
노오란 꽃을 피워내지요
칠흙같이 어둔 새벽길 떠나
늦은 밤 이불속에 자리 잡는
지치고 고단한 나날 가운데
모처럼 틈을 내지요
행복했던 기억만 남은
이쁜 치매 엄마를 만난다
그래도 아들은 알아보고
" 오 내 아들 왔어? "
" 얼굴이 이게 뭐야 힘들어?"
얼굴을 쓰다듬어 주시는
보드랍고 조그만 두 손과
애처로운 눈망울이
복수초 깨워 꽃 피우던
따스한 햇살이 되어
얼어붙듯 꽁꽁 뭉쳐졌던
고단함들이 녹아내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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