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오인정] 복수초

오인정(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복수초

 

살을 베일 듯 매서운 바람과

한없이 쏟아진 눈더미 아래

움츠리고 움츠렸던 복수초


빼곡한 사철나무 사이로

눈부시게 내려진 햇살에

두텁던 눈더미 녹아지면

온 힘 다하여 기지개 펴며

노오란 꽃을 피워내지요


칠흙같이 어둔 새벽길 떠나

늦은 밤 이불속에 자리 잡는

지치고 고단한 나날 가운데

모처럼 틈을 내지요


행복했던 기억만 남은

이쁜 치매 엄마를 만난다

그래도 아들은 알아보고

" 오 내 아들 왔어? "

" 얼굴이 이게 뭐야 힘들어?"


얼굴을 쓰다듬어 주시는

보드랍고 조그만 두 손과

애처로운 눈망울이

복수초 깨워 꽃 피우던

따스한 햇살이 되어

얼어붙듯 꽁꽁 뭉쳐졌던

고단함들이 녹아내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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