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점이 왜 이리 많이 생겼지"…혹시 나도 피부암?
- 24-04-21
흑색종, 전통 항암제 잘 안 듣는 무서운 암…5년 생존율 20%
무엇보다 조기발견 중요…'ABCDE 룰'만 알면 쉽게 구분 가능
"요즘 나들이를 많이 다녀서 그런가…나 점이 더 많아진 것 같은데?" A씨는 얼굴과 목 등을 구석구석 훑었다. 모양이나 색이 이상하면 단순한 점이 아닌 피부암일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 검색을 해보아도 의사가 아닌 A씨의 눈으로 몸에 난 점들이 피부암인지 단순 점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점이 많다며 무턱대고 의사를 찾아가자니 유난을 떠는 것 같기도 했다.
며칠을 고민한 A씨는 결국 병원을 찾았다. 다행히 피부암은 아니라고 했다. 의사는 "점 모양이 이상한 것 같다고 찾아오는 분들이 많지만 대부분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점과 피부암을 구분하는 간단한 방법을 알려줬다.
실제로 피부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A씨처럼 점 모양이 이상하다며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 단순한 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발길을 돌린다.
이들이 "피부암인 것 같다"며 두려워하는 것은 피부암 종류 중 흑색종을 말한다. 흑색종은 피부 자체에서 생기는 암 중 기저세포암과 편평세포암 다음으로 흔한 암이다.
이갑석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기저세포암과 편평세포암은 우리 몸의 각질을 만드는 세포에서 유래하는 종양이고, 흑색종은 피부 색을 만드는 멜라닌 세포가 형질변환을 해 암으로 발전하는 것을 말한다"며 "점과 흑생종을 헷갈릴 수 있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있지만 흑색종은 특히 서양에서 발생이 많고 우리나라는 연간 약 500명쯤이 흑색종 진단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흑색종인지 점인지 구분하기 위한 방법에 'ABCD 룰'이 있다. △Asymmetry(비대칭) △Border(경계) △Color(색깔) △Diameter(지름)에 문제가 있다면 흑색종을 강력히 의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흑색종의 모습. 작은 눈금하나가 0.5mm로 이 흑색종의 크기는 8~9mm 정도다. (이갑석 교수 제공) |
이 교수는 "A인 Asymmetry는 비대칭을 뜻하는데 점은 비교적 동그랗거나 타원형으로 대칭성이 좋다"면서 "이 점을 구성하는 세포들이 대단히 많을 텐데 그중 극히 일부가 암으로 발전한다. 그러면 동그랗게 모여 있는 세포 중에서 암으로 발전한 것만 계속 크기가 커지니까 동그란 모양이 깨지고 삐죽 자라면서 대칭성이 깨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계를 뜻하는 Border의 경우 점의 경계가 분명한지 흐린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점은 경계가 분명한 경우가 많은데 흑색종은 계속 퍼져 나가니까 물감 번져나가듯 경계가 흐리멍텅하게 보인다"며 "이 경계가 분명하냐 분명하지 않느냐 또한 중요한 기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또 점의 색깔(Color)을 통해서도 암을 구분할 수 있다. 점이라면 하나의 색을 띄는 경우가 많은데 흑색종은 '요란한 색'을 띄게 된다.
원의 지름을 뜻하는 Diameter도 좋은 기준이 된다. 점은 어느 정도 자라면 더 이상 커지지 않지만 흑색종의 경우 계속 커진다. 이에 서양에선 6mm를 기준으로 두고 흑색종과 암을 구분한다.
이 교수는 "ABCD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더해 '변화'를 뜻하는 E(Evolution)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며 "점이 만들어지고 크기나 모양 등이 끈임없이 변화하는 건 기분 나쁜 사인"이라고 설명했다.
'미운 오리 새끼'를 유념하는 것도 좋다. 점들은 대부분 어떤 연령대에 집중적으로 생긴 뒤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데 점들 중 하나가 유독 튄다면 단순 점이 아닌 흑색종인 '미운 오리 새끼'일 수 있다는 것이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하지만 한국인의 경우 서양인처럼 몸통, 다리 등보다 손바닥이나 발 뒤꿈치·앞꿈치, 손톱, 발톱 등에 흑색종이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
이 교수는 "손톱과 발톱엔 까만 줄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 경우 ABCDE에서 C(색깔)와 E(변화)를 보면 된다"며 "까만 줄의 폭이 끊임없이 넓어지면서 색깔이 요란해진다면 흑색종일 확률이 높다"고 했다.
흑색종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크게 위험한 암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전통적인 항암제가 잘 듣지 않기로 유명한 무서운 암이다.
이 교수는 "암의 병기로 따져봤을 때 2기까지는 흑색종에서부터 약 1cm 정도까지 절제를 하면 치료가 끝나고 5년 생존율도 90% 이상"이라면서 "다만 림프절 전이가 일어난 3기부터는 수술을 해도 재발이 잘 되는 데다 흑색종은 독특하게도 쓸 수 있는 항암제가 대단히 제한돼 있고 항암제를 써도 5년 생존율이 약 20%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최근에는 고가의 면역 항암제가 의외로 잘 듣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흑색종은 무엇보다 조기발견이 중요한 암"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발바닥 등 평소 잘 보지 않을 만한 곳들도 잘 살피고 문제가 있다면 곧바로 의사를 찾는 것이 좋다"며 "그렇다고 점에 대해 너무 겁을 내기보다는 흑색종의 중요한 포인트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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