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그리며"…코로나19 추모의 벽 칠하는 英 남편의 소망
- 24-04-14
국회의사당 건너편에 500m 벽에 그려진 22만여 개 추모 하트
자원봉사자 "소중한 사람 떠나보낸 모든 사람들의 기억 상징"
화려한 위용을 뽐내는 영국 국회의사당과 빅벤 건축물 반대편에는 템스강을 따라 펼쳐지는 국립 코로나19 희생자 추모의 벽(National Covid Memorial Wall)이 있다. 무려 500m 구간에 걸쳐 조성된 대형 추모 공간이다.
붉은색 하트가 촘촘하게 채워진 거대한 벽면은 멀리서 언뜻 보면 누구나 설렐 법한 크리스마스 선물 포장지를 연상케 한다.
가까이 다가가 벽면에 채워진 하트 문양을 살펴보면 사람 손으로 칠해진 빨간색 페인트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하트 하나하나에는 코로나19 감염병으로 떠나보내야만 했던 가족, 친척, 친구들의 이름과 이들을 그리워하는 추모 메시지가 적혀있다.
영국 런던에 있는 국립 코로나19 추모의 벽에 칠해진 빨간색 하트들. @ 조아현 |
이 공간은 규모에 비해 영국 사람들은 물론 런던 시민들에게 잘 알려진 장소는 아니다.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 빅벤과 국회의사당에 가려졌기 때문일 수도 있고 대다수의 사람이 이제는 잊어버리고 싶어 하는 기억이 됐기 때문일 수도 있다.
추모벽 설치는 지난 2021년 시민단체인 '정의를 위한 코로나19 유가족(Covid-19 Bereaved Families for Justice)'과 정치 캠페인 단체 '당나귀가 이끄는(Led By Donkeys)'에 의해 추진됐다.
국회의사당 바로 맞은편에 수놓아진 22만여개의 하트. 그 안에 새겨진 코로나19 희생자들의 이름은 국가의 위기 대응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비판적으로 사고하게 만드는 상징이기도 하다.
하트 한 개는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 한 명을 의미한다. 추모벽을 관리하는 자원봉사자들은 색이 바랜 하트가 되살아나도록 매주 선명한 색깔로 덧칠하고, 낙서를 지우고, 벽에 새겨진 글귀를 다듬는다. 또 같은 아픔을 경험한 적이 있는 방문객들이 함께 애도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정리하고 관리한다.
추모의 벽과 자원봉사자들의 노고는 한낱 숫자로 기록된 것이 전부인 코로나19 희생자들을 유일무이한 사람으로 기억되게 만든다. 잊혀가는 희생자들이 세상에 존재했었음을 현재에 다시 각인시키는 작업이기도 하다.
영국 런던에 있는 국립 코로나19 추모의 벽에 한 추모객이 "엄마, 영원히 우리 마음 속에"라는 문구를 써 놓았다. @ 조아현 |
이날 추모의 벽에서는 자원봉사자 테리 샌드웰(68)이 빨간색 페인트로 하트를 칠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추모의 벽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샌드웰은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지난 2020년 크리스마스 바로 다음 날인 12월 26일에 아내를 떠나보냈다.
그는 자원봉사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코로나19로 인해 사별한 아내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추모 벽의 의미는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이들을 잊지 않는 것'이라 했다.
샌드웰은 "나에겐 아내를 잃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내만을 위해서 하는 일은 아니다"라며 "모든 사람을 위해서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립 코로나 추모벽을 지원하는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희생자들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계속 살아 숨 쉬도록 만들고 싶다"고 소망했다.
이어 "지난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 추모벽이 설치된 지 3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는데 그날은 아주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추모벽이 가진 의미에 대해 묻자 "이 벽은 코로나로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보낸 모든 사람의 기억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돌아가신 분들을 절대 잊지 않으리라는 것과 우리들의 가슴 속에 여전히 그리고 언제나 살아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했다.
딸과 함께 추모벽을 따라 글귀를 읽어보던 한 중년 여성은 "충격적"이라면서 놀라워했다. 그는 "코로나 희생자들을 숫자로만 대충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한 장소에서 본다는 것은 아주 충격적이고 슬픈 광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가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세상을 떠나셨기 때문에 추모 공간이 나에게 더욱 와닿는다"고 했다.
또 다른 영국인 중년 관람객은 코로나가 사람들에게 미친 영향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했다.
미셸은 "너무 슬프다"면서 "코로나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생명에 영향을 미쳤는지 다시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런던에 살고 있지만 여기에 이런 추모 공간이 있는 줄 몰랐다"고 덧붙였다.
미셸과 함께 추모의 벽을 관람한 케빈은 "추모벽을 아무도 훼손하려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운데 이는 아주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며 "런던에서는 드문 일"이라고 했다.
2022년 7월에 발표된 영국 통계청(ONS) 데이터에 따르면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는 지난 2020년 7만3766명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고, 2021년에는 6만7350명이 숨졌다.
스코틀랜드 국가기록원(NRS) 자료에 따르면 스코틀랜드의 코로나19 관련 사망자는 2020년 기준 1만2751명, 2021년 1만 651명으로 집계됐다.
북아일랜드 통계 및 연구기관(NISRA)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12월 기준 북아일랜드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4013명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목록시애틀 뉴스/핫이슈
한인 뉴스
- KWA대한부인회, 여름방학 청소년 아카데미 개설한다
- 시애틀한인회 22일 유급병가세미나 참석자에게 농구표준다
- 짓긏은 날씨속 제 74주년 6ㆍ25기념식 치러졌다(+영상,화보)
- 페더럴웨이 한인회 “어르신 여러분, 100세까지 건강하시길”
- 레드몬드 한식당‘본 설렁탕’슬러시 냉면, 삼계탕 개시
- 린우드 베다니교회 ‘여름성경학교’운영
- [시애틀 수필-염미숙] 메모리얼 벤치
- [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양심과 구원(1)
- 서은지총영사, 코리아나이트 시구 외교부 유튜브채널로 제작돼(+영상)
- 시애틀한인회,유급병가 세미나 개최한다
- [하이킹 정보] 시애틀산우회15일 합동산행
- [하이킹 정보] 워싱턴주 시애틀산악회 15일 산행
- [하이킹 정보] 워싱턴주 대한산악회 15일 토요산행
- 삼성 이재용, 시애틀서 아마존 CEO만나
- “한인상공인 여러분,그랜트나 대출기회 넘쳐요”
- “22일 베냐로야홀서 무료 공연 즐기세요”
- “전주서 열리는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신청하세요”
- 한인학부모회 미술대회서 리아 최,엠마 양 ‘대상’
- 서북미문인협회 20회 뿌리문학신인작가상 공모한다
- 창발 한인들 참여하는 자선기금마련 테니스대회 개최한다
- “시애틀 한인여러분, 호주와 뉴질랜드여행 어때요?”
시애틀 뉴스
- 코스트코 주가, 조용히 올라 신고가 찍었다
- "보잉, 당국 눈피하려 '부적합' 737맥스 부품 숨겼다"
- "왜 이리 비싸" 커피 던진 남성…시애틀여사장, 망치 꺼내 차유리 '쾅'[영상]
- 시애틀 이번 주 80도 돌파하며 더위온다
- 미국 시민권자 불체 배우자도 합법체류 허용한다
- 안전사고 수차례 낸 보잉, 미 의회서 CEO가 사과한다
- 사고뭉치 보잉, 새로운 CEO찾기도 어렵다
- 차량공유기사가 술취한 여성승객 성폭행했다 총맞아
- 시애틀은 은퇴 없이 일해야 하는 도시인가?
- 오리건서 놀이기구 고장나 이용자 30분간 공중에 '거꾸로'
- 빌 게이츠 "차세대 원전에 1.4조 투자…향후 추가 투입"
- 미 패스트푸드 업계, 고물가 속 "5달러" 메뉴로 가격인하 경쟁
- 시애틀 날씨 하루새 비, 바람, 우박, 햇빛까지(영상)
뉴스포커스
- 선 넘은 러시아에 우크라 무기 지원 재검토로 '맞불'…한러관계 급속 냉각
- 尹 "중앙-지방정부, 법인·소득세 반반 가르고 권한도 많이 줘야"
- 경주, 내년 APEC 개최지로 사실상 확정…"문화·관광자원 우수"
- '대왕고래' 세계 최대 엑슨모빌이 추가 검증…'동해 유전' 의혹 털어낼까
- '위자료 가집행' 카드 손에 쥔 노소영…최태원-김희영 어느 쪽에 쓸까
- 의협, 임현택 빠진 '특위' 출범…정부와 대화 숨통 트이나
- '해병대원 특검법' 野단독 법사위 소위 통과…21일 입법청문회
- "자영업자 죽으라는 소리"…최저임금 업종구분 폐지 추진에 소상공인 규탄
- 나스닥상장 나선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 현금보너스 415억원 받는다
- '성 상납 발언' 피소된 김준혁, 이대 상대 법적 대응 나선다
- "어디 숟가락 얹느냐"…박세리 부친 논란에 '손흥민 父' 재조명
- 한동훈, 23일 '당대표 출마' 선언 유력…여의도 사무실 임대
- 尹 "인구 국가비상사태…'자녀=부채' 아니다"
- "한동훈 당대표 막자" 교집합에서 만나는 나경원과 친윤
- KBO 역대급 흥행에…세븐일레븐 야구 카드 '품절 대란'
- '금융 외길인생' 은행의 대변신…여권부터, 여행예약까지 '다'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