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엄경제] 회색 지대

엄경제(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회색 지대


색과 색 사이 여백을 만드는 작업

낮은 몹시도 창백해 옳은 줄만 알았고

밤은 백야로 시야를 넓혔다


그 속엔 시간이 사부작거리고

누구든 초조하게 초심을 따라 돌았다

먼저 읽어야 했다


빠른 걸음으로 빛을 쫓아 시간을 얻고

쉽잖은 빗장도 열어 마음을 얻는다


글과 그림이 눈이 맞았다

나는 빼기로 합의했고

편집이 가세해

우리를 넣기로 동의했다


공백과 여백

숙성된 밀주를 나누고

거품을 빼면

그곳이 회색의 유토피아

 

쉿!


당신이 글이 되든

말이 되어 씨가 되든

난 몇 발 뒤에 있습니다


당신이 산이 되든

그 산 높이 높이 오르다

잠시 짬 내

한 그루 나무 거나

모으고 모아 숲이거나


물이 되어 굽이쳐

자꾸만 자꾸만

아래로 흘러 모여

마침내 수평을 이뤄내고

매듭 없는 둥근 해를

날마다 풍선처럼 띄워 올리며

자그마한 바람을 만날 때마다

반짝반짝 사방으로

빛을 던진다 해도


파란 하늘이 내려와

투명만이 모여 있는

뽀글뽀글 작은 숨 쉬며

비밀의 정원 만들고

자유로이 해초 사이를 다니며

친구들과 숨바꼭질한다 해도


난 그저 뒤서서

알 듯 모를 듯

있는 듯 없는 듯

숨은 그림처럼

그림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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