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그림자 전쟁' 수면 위로…정면 충돌 양상에 중동 긴장↑
- 24-04-02
이스라엘, 주시리아 이란 영사관 공습…11명 사망
이란, 보복 예고…"그림자 전쟁, 위험한 국면 진입"
이란이 이스라엘을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공습의 배후로 지목하면서 양국 간의 '그림자 전쟁'(shadow war)이 한층 더 위험한 국면을 맞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양국은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며 비밀 작전 또는 대리군을 통해 대립해왔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면전에 나서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다마스쿠스 소재 이란 영사관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파괴됐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으로 IRGC 정예 특수부대인 쿠드스군의 고위 간부인 무함마드 레자 자헤디와 무함마드 하디 하지 라히미를 포함해 총 11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에 따르면 호세인 아크바리 시리아 주재 이란 대사는 이란 국영 프레스TV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대사관 옆에 있는 영사관 건물을 표적으로 "이스라엘 F-35 전투기가 미사일 6발"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격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는 않았지만 복수의 이스라엘 관리들은 NYT에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맞다고 시인했다.
이에 이란은 해당 건물이 외교 공관일 뿐이라며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어겼다고 주장했지만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CNN에 "이곳은 영사관도 대사관도 아니며 민간 건물로 위장한 쿠드스군의 군 시설"이라고 반박했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이란은 보복할 권리가 있다. 어떻게 대응하고 침략자(이스라엘군)를 벌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상응(reciprocal) 조치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를 두고 외신에서는 지난해 10월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으로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그림자 전쟁'이 공개적인 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가 나왔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등 같은 시아파 국가로 영향력을 넓히면서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친이란 민병대 등 이른바 '저항의 축'을 육성해 왔다.
이들은 이란의 대리군 역할을 수행하며 이란을 대신해 이스라엘과 전쟁하거나 테러를 저지르며 중동 내 이란의 입지를 유지했다.
반면 이란을 최대 안보 위기로 여기는 이스라엘은 종종 시리아와 레바논, 이라크 등에 있는 친이란 무장세력을 공격하거나 이란의 핵 개발 시설을 겨냥한 암살과 해킹 작전 등을 강행해 왔다.
이처럼 양국은 직접 등판하지는 않으면서 서로 전면전은 피했지만 이번 이란 영사관 공격으로 전쟁이 가자지구를 넘어 중동 또 다른 지역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사관에 대한 공격은 가자 전쟁 6개월간 벌어진 도발이나 제한적 교전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그동안 헤즈볼라와 레바논 접경지역에서만 교전해 왔지만 최근 들어 레바논과 시리아 등 깊숙한 지역에도 공습을 퍼부으면서 전선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인다.
블룸버그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투가 계속되고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들이 전투에 가세하면서 그림자 전쟁이 위험한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알리 바에즈 국제위기그룹(ICG) 이란 책임자는 "수년간 이스라엘과 이란은 그림자 전쟁을 벌여왔다"라면서도 "오늘 (영사관 공격으로) 이것이 잘못된 이름이라는 사실이 점점 더 드러나고 있다"고 NYT에 전했다.
이스라엘이 전선을 확대하는 이유로는 길어지는 전쟁과 진전 없는 인질 석방 협상과 관련한 국내외의 불만을 외부로 돌려 잠재우려는 의도라는 주장도 있다.
현재 이스라엘에서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내각의 퇴진과 조기 총선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에 더해 최대 지원국인 미국과 독일 역시 국제사회의 비판을 눈치 보며 이스라엘에서 등을 돌리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강경 노선을 고수하고 전선을 확대하면서 안보를 위해 정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명분에 힘을 실으려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전시에, 무엇보다 승리가 임박한 상황에서 선거를 요구하면 이스라엘이 최소 6개월이나 8개월 마비될 것이다"라며 정권 교체 요구에 선을 그었다.
한편 미국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 영사관 공격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우리 팀이 자세히 살펴보고 있기 때문에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역 파트너와 논의하면서 더 많은 정보를 모으고 있다. 현시점에선 공격의 대상도 누구의 책임인지도 확인할 수 없다"며 역내 분쟁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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