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러시아 '백시케이션(Vaxication)'? 바가지 요금 주의하세요"

선진국 백신 쌓아놓고 관광으로 '돈벌이'에 개도국 '비상'

 

#1. 인도 뭄바이의 한 여행사는 미국 뉴욕에 3일간 머물며 백신 1차 접종을 한 뒤 몇 주 후 2차 주사를 맞으러 가는 여행 상품을 내놨다. 비용은 각각 15만 루피(약 231만 원). 5000명이 관심을 보였다.

#2. 태국 방콕의 한 여행사는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로스앤젤레스 백신 여행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비용은 방문 지역과 백신 종류, 접종 기간에 따라 2400~6400 달러(약 269만~719만 원)로 다양하다. 존슨앤드존슨(J&J) 백신을 선택할 경우 한 번만 맞으면 되기 때문에 체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백신과 휴가(vacation)를 합성한 신조어 '백시케이션(Vaxication)'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만든 신(新) 경향이 되고 있다. 백신 접종과 해외여행을 같이 할 수 있는 '일석이조' 여행상품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팬데믹' 상황에서 국가 간 엄청난 백신 공급 격차를 반영한 '민낯'이기도 하다.

팬데믹 종식을 위한 공정한 백신 공급 호소에도 자국에 백신을 쌓아두고 관광으로 돈까지 버는 국가들이 있는가 하면, 인도와 태국, 베트남 등 백신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자국민의 백시케이션 바가지 요금 등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24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인도와 태국 여행사협회와 베트남 관광부는 최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퍼지고 있는 백시케이션 상품 광고에 대해 숨겨진 비용과 출입국 시 애로 등 생각지 못한 문제들이 있을 수 있다며 대중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즈요티 마얄 인도 여행사협회장은 "미국에 가는 게 불법도 아니고 여행은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이라면서도 "협회로서는 여행사의 신용도와 모든 문서를 체크하고 진행하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타이퐁 픈핍홉 태국 여행사협회장은 "많은 태국 (백시케이션) 패키지에는 비자 비용이나 항공 운임, 식사, 양측 격리 비용등이 포함돼있지 않다"면서 "백신을 맞고 부작용으로 병에 걸려도 여행사는 책임이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정부가 여행사의 백시케이션 패키지 판매를 막지 않고 있지만, 많은 부담과 리스크는 여행사가 아닌 여행자가 감수해야 하는 만큼 고객들은 여행이 리스크를 감당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잘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느엔 크이 프엉 베트남 여행부 국장은 전날 국영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백신 관광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편도 항공권만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백신 관련 정보는 분명하지 않아 고객의 '니즈' 충족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시케이션 고객의 니즈는 단연 백신을 맞아 코로나19로부터 보호를 받는 것인데, 베트남의 경우 9800만 인구 가운데 하루 확진자가 100명대 초반, 사망자는 1~2명에 불과할 정도로 현재 감염을 잘 통제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다. 느엔 국장은 "현 상황에서는 국내에 머무는 게 훨씬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백신관광 수요는 부유한 국가들이 확보한 가장 효과적인 백신의 불공평한 접근에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고 SCMP는 지적했다. 개도국에는 이런 현상이 또다른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태국 한 인플루언서는 어머니와 뉴욕에 백신관광을 다녀온 경험을 소개하며 "5분 만에 백신을 맞았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최고라는 걸 모두가 알고 원하고 있는데, 우린 둘 중 어떤 것도 선택할 수 없다"며 백시케이션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태국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시노백 백신 접종만 이뤄지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이미 백신관광이 불황 타개책으로 각광받으면서 관공서들의 공공연한 홍보도 이어지고 있다. 뉴욕시는 지난 6일 트위터에 "뉴욕으로 오세요. 백신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아이코닉한 관광지에서 존슨앤드존슨 백신을 맞으세요"라고 적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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