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회백] 러시아는 왜 알래스카를 미국에 팔았을까?

이회백 의사(머서 아일랜드 거주)

 

러시아는 왜 알래스카를 미국에 팔았을까?

 

내가 1972년 알래스카를 간 다음해 3월30일 ‘Seward’s Day’라는 주 공휴일을 보게 됐다. 미국이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산 날을 기념하는 날이었다.

도대체 러시아는 어떻게 알래스카 임자가 됐으며 왜 미국에 팔았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1968년 알래스카에서 기름이 발견돼 들썩이던 때라 러시아가 판 것을 얼마나 후회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미국은 1867년 3월 30일 러시아로부터 720만 달러, 에이커당 2센트씩을 주고 알래스카를 샀다. 이 세기의 부동산 거래를 성공시킨 당시 국무장관 윌리엄 스워드는 쓸데없는 ‘얼음덩어리’를 샀다며 미국인들의 빈축을 받았고 ‘Seward’s Icebox’, ‘Seward’s Folly’란 놀림을 받기도 했다.

러시아가 알래스카의 임자가 된 사연을 알게 된 것은 그후였다. 당시 유럽인들은 ‘미개지’는 누구나 먼저 들어간 자가 임자라고 자기들끼리 정하고 있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후 남미를 두고 포루투갈과 스페인이 다투게 되자 법왕 알렉산더 6세에게 중재를 요청해 그가 370경도 서쪽은 스페인, 동쪽은 포루투갈이 차지하도록 했다. 이 조약을 ‘Treaty of Tordesillas’라 한다. 원주민이 몇 천년전, 또는 몇만년 전에 신대륙을 ‘발견’, 살아왔다는 사실은 무시됐다.

알래스카에는 러시아인들이 벨링해를 건너 제일 먼저 정착함으로써 러시아가 알래스카의 임자가 되었던 것이다. 주로 수렵을 해 모피를 수집해 살았는데 모자를 만드는 비버(Beaver)가죽이 가장 인기 품목이었다. 

러시아가 알래스카를 미국에 판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러시아는 땅 위에 있는 것, 주로 모피에만 관심을 가졌는데 남획해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알래스카가 쓸모가 줄어들게 됐다. 그리고 땅 속에 있는 광물들을 찾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둘째는 자기가 소유한 땅을 남에게 뺏기지 않을 힘이 없었다. 러시아가 알래스카를 뺏아갈 것이라고 짐작한 세력은 당시 가장 강력한 영국이었다. 신생 국가인 미국은 힘이 없어 고려할 대상이 아니었다. 그래서 영국에게 빼앗기기 전에 한푼이라도 받고 파는게 상책이라고 생각하고 팔 대상자로 미국을 선택한 것이었다.

독도가 누가 주인이 될까 하는 것도 힘에 달렸다. 역사적으로 우리가 주인이었다고 일본에 주장을 해봤자 그들 힘이 크고 우리가 힘이 없으면 빼앗기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크라이나도 누가 힘이 센 가에 달려 있다.  

만일 러시아가 미국보다 힘이 더 커지면 알래스카를 다시 자기 것이라고 우길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 현재로는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으나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일부였다는 역사를 길게 이야기 한 것을 생각해보면 알래스카 역사도 들먹일 수 있을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할 수 없다.  

크림반도가 누구 것이 되느냐도 누구 힘이 강한 가에 달려 있다. 

남지나해를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는 중국도 힘이 커지자 하는 소리고 대만도 결국은 힘에 의해 임자가 정해질 것이다. 

조지 W 부시가 정한 세개 악의 축 가운데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리비아의 카다피는 기름이 있으나 뺏으려는 세력을 막을 힘(원자력 무기)이 없어 죽임을 당했다. 

또 하나의 악의 축인 김정은 은 ‘다행’히 뺏길 기름이 없고 힘(원자력 무기)은 있어 아직까지 버티고 있다.

정의는 아무 데도 없다. 오로지 힘만이 정의다. 알래스카 이야기도 힘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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