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일 줄 알았는데 고작 25년…뱅크먼-프리드 형량, 도대체 왜?

현 시점에서 실제 파산 손실액 없으나 미래 위험성 제거 의미

검찰 구형 높다고 보아 그 절반 선고…실제 형기 더 짧아질 듯


미국 맨해튼 법원이 28일(현지시간) FTX 사태를 일으킨 샘 뱅크먼-프리드에게 징역 25년형과 110억달러(약 14조8770억원)의 벌금을 부과하자 왜 법정 최고 형량인 100년 이상이 선고되지 않았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선고된 25년은 뱅크먼-프리드에게 검찰이 구형한 징역 40∼50년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원래 미국의 법정 최고 형량은 징역 115년 형이며, 연방 보호관찰관은 그에게 징역 100년형을 권고했었다.

미국 복스(Vox)에 따르면 뱅크먼-프리드 측이 원한 형량은 6년 반이다. 뱅크먼-프리드 측 변호사는 수십억 달러의 FTX 고객 자금 손실이 결국 전액 반환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기로 인한 피해는 사실상 "제로"라고 주장했지만, 루이스 캐플런 판사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고를 발표하기 전에 캐플런 판사는 "이 사람이 미래에 매우 나쁜 일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게 될 위험이 있으며, 이는 사소한 위험이 아니다"고 말했다. 판사는 뱅크먼-프리드가 "이 나라에서 정치적으로 매우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동의했고, 이것이 그의 금융 범죄를 부추겼다고 보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캐플런 판사는 검사가 구형한 40~50년 형량은 지나치다고 보았다. 복스는 아마도 뱅크먼-프리드가 32세에 불과하고, 살날이 많이 남았으며, 이번이 첫 번째 범죄라는 점 등이 조금 감안되었을 것으로 보았다.

또 변호사들은 뱅크먼-프리드의 신경다양성(자폐나 ADHD 등의 뇌신경 장애를 완곡하게 부르는 말)과 자선사업을 한 것을 감형 사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판사는 자선사업이 그의 범죄가 가져온 피해를 경감시킬 수는 없다고 말하며 이를 일축했다. 형이 선고된 후 뱅크먼-프리드 측은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뱅크먼-프리드 판결에서 쟁점이 된 것은 실제 피해 규모였다. 검찰은 이 사건의 손실이 보수적으로 보아도 FTX 고객의 경우 80억 달러, FTX 투자자의 경우 17억 달러, 알라메다 대출 기관의 경우 13억 달러일 정도로 막대한 손실을 발생시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자금을 회수해 돌려받을 수 있으므로 손실을 '0'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FTX가 파산한 날에는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돈이 자산에 비해 커서 손실이 더 컸다. 실제로 암호화폐 급증으로 인해 현재 FTX 고객들은 파산일 기준 보유 자산보다 최대 5분의 2만큼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예정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도 보도했다. 하지만 검찰은 FTX가 파산 신청을 한 후 자금 회수 가능성은 양형 결정에 고려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고객이 돈을 돌려받은 것은 피고의 선의가 아니라 대부분 사법제도 덕분이라는 것이다. 캐플런 판사도 이에 동의했다.

전문가들은 결론적으로, 다른 화이트칼라 범죄의 양형이 판결에 가장 많이 고려됐을 것으로 본다. 미국 CNN방송은 선고된 형량이 구형한 형량의 절반 정도지만, 악명 높았던 다른 화이트칼라 사기 사건과 비교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보았다.

앞서 버나드 메이도프는 200억 달러 규모의 다단계 금융사기로 150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약 12년간 형을 살다 감옥에서 사망했다. 앨런 스탠포드는 2012년 자신의 금융회사인 스탠포드 파이낸셜 그룹을 통해 70억 달러 규모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조직한 혐의로 징역 110년형을 선고받았다. 반면 혈액검사로 수백 가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한 사기 스타트업 테라노스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엘리자베스 홈스는 투자자들을 속인 혐의로 4건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11년이 조금 넘는 형을 선고받았다.

2001년 에너지 기업인 엔론의 사기로 제프리 스킬링 당시 CEO는 24년형을 선고받았고 그 후 모범수로 12년만 산 후 출소했다.

결국 판사가 중간을 택해 최대 형량보다는 적지만 홈스나 스킬링 CEO보다는 많은 형량이 선고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예상보다 낮은 형기에다가 유리한 법까지 더해져 뱅크먼-프리드의 실제 형기는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CNN에 따르면 전직 연방 검사인 미첼 에프너는 모범수가 되고 모든 혜택을 다 받는다면 그가 12.5년만 복역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8년부터 비폭력 연방 수감자들은 '퍼스트 스텝 법'으로 알려진 교도소 개혁 법안에 따라 형량을 최대 50%까지 줄일 수 있다. 원래 비폭력 마약 밀매 범죄를 저지른 소수 민족 범죄자를 돕기 위한 법이었는데 이 법 덕분에 실제 형기를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에프너 전 검사는 "이미 마약 밀매업자보다 훨씬 낮은 형량을 선고받는 화이트칼라 형사 피고인에게 이 법은 엄청난 혜택"이라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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