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테러 "급진 이슬람주의자 소행…우크라도 연관"

모스크바 외곽서 테러 발생해 139명 숨져…테러 용의자 11명 구금

美·프랑스, 배후 자처한 'IS-K' 테러 주체 인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모스크바 외곽의 공연장을 공격한 배후에 '급진적 이슬람주의자들'(radical Islamists)이 있다고 처음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어떤 식으로든 테러와 연관돼 있다고 시사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푸틴은 25일(현지시간) 크렘린궁 회의에서 "이번 범죄는 이슬람 세계가 수세기 동안 싸워온 이념을 지닌 과격 이슬람주의자들의 손에 의해 자행됐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푸틴은 배후를 자처한 이슬람국가(IS)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채, 괴한들이 우크라이나로 피신하려 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테러 사건이) 발생하는 문제를 통해 누가 이익을 얻을까. 우리는 러시아와 러시아 국민을 상대로 누가 범죄를 저질렀는지 알고 있지만, 누가 이 범죄를 명령했는지 알고싶다"면서 "이 잔혹행위는 2014년부터 네오나치 우크라이나 정권의 손에 러시아와 전쟁을 벌여온 사람들의 일련의 시도 중 하나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와 전쟁을 별여온 자들의 일련의 시도 중 하나에 불과할 수 있다. 검토해야 할 질문이 많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2일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한 공연장에서는 테러 사건이 발생했는데, 현재 당국은 공식 사망자 수를 139명, 부상자 수를 182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러시아 정보당국은 테러 행위에 직접 가담한 테러 용의자 4명 전원을 모두 포함해 11명을 구금한 상태다.

전날 모스크바 바스마니 지방법원은 이중 4명의 신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용의자는 사이다크라미 무로달리 라차발리조다(30), 샴시딘 파리두니(25), 무하마드소비르 파이조프(19), 달레르존 미르조예프(32) 등 4명이다.

공개된 사진에서 용의자들은 처참한 몰골로 재판에 참석했다. 얼굴은 퉁퉁 부어 상처와 멍으로 뒤덮였으며, 휠체어를 타고 입장하거나 한쪽 귀에 붕대를 감은 모습이 보였다.

붕대를 감은 남성은 용의자 사이다크라미 무로달리 라차발리조다로, 텔레그램에 공개된 영상에는 한 러시아 군인이 라차발리조다의 귀를 잘라내고 먹이는 장면이 담겼다.

고문을 행한 러시아 군인은 라차발리조다의 귀를 자른 칼을 찍어 텔레그램에 올리기도 했다. 그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칼을 경매에 부치겠다는 글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후 법원은 타지크 국적의 부자 이스로일과 아민촌 이슬로모프, 그리고 러시아 시민권을 가진 또 다른 아들 딜로바르를 추가로 구금했다. 러시아 조사위원회는 아민촌과 딜로바르가 파리두니에 의해 고용된 것으로 파악했지만, 아민촌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사건 직후 이슬람국가(IS)가 테러를 저질렀다고 배후를 자처했으나, 푸틴은 전쟁 중인 적국 우크라이나가 테러 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테러 용의자는 범행 직후 모스크바에서 남서쪽으로 340㎞ 지점인 우크라이나 접경지 러시아 서부 브랸스크에서 체포됐다. 

푸틴은 사건 발생 직후 대국민 연설을 통해 "범인들이 우크라이나 쪽으로 달아났다. 반드시 배후를 찾아내 처벌할 것"이라며 경고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테러 사건에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는 푸틴이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젤렌스키는 연설에서 푸틴의 발언을 비웃으며 "푸틴은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을 테러리스트라고 치부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지난 20년 동안 테러로 승승장구했다. 푸틴이 사라지면 테러와 폭력의 필요성도 함께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프랑스 등 서방 정보당국은 모스크바 테러 공격을 자행한 주체를 이슬람국가(IS) 아프간 지부 IS-호라산(IS-K)으로 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와 우리의 주요 파트너국가들에게 제공된 정보에 따르면 이번 공격의 실체는 IS"라고 했다.

그는 프랑스가 범인을 찾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러시아에 제안했다며 "테러 사건을 이용해 우크라이나에 맞서려고 하는 것은 러시아 자체와 러시아 국민들의 안보에 비생산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이번 공격이 우크라이나와 연관돼 있다는 러시아측 주장을 일축했다.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커비는 "우리가 ISIS를 공격적으로 감시해 온 덕분에 러시아 측에 근시일 내 잠재적인 테러 가능성을 경고할 수 있었다"면서 우크라이나 배후설에 대해서는 "크렘린의 선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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