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가능성, 시진핑·푸틴은 미소짓고 있다
- 24-03-23
트럼프 2기땐, 대만문제 개입 줄고 유럽 동맹 경시…中 경계 속 기대감
트럼프 "우크라 지원 끊겠다" 공언…'우크라戰' 푸틴에 호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에 중국과 러시아가 미소를 짓고 있다.
그가 백악관에 복귀할 경우 무역을 둘러싼 대립이 격화하겠지만, 우크라이나·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이 줄 것이란 게 지배적인 관측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재집권시 국제질서는 미국 중심에서 다자주의 체제로 전환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 "60% 관세 폭탄"…中, 트럼프 복귀 두려워할까?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에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해 중국 공산당 사상 전례 없는 3연임을 확정 지은 시진핑에게 트럼프는 예측불허의 영역을 제공한다.
트럼프는 2017년 백악관에 입성한 해에 베이징 자금성에서 시 주석으로부터 '국빈급 이상'(state visit-plus) 수준의 황제급 의전을 받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취임 1년 만에 미중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수준으로 틀어졌다.
보호주의를 앞세운 트럼프가 중국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중국을 정치적·기술적·군사적 '적국'으로 묘사하며 갈등을 부추긴 게 화근이었다.
또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부터 코로나19 관련 '말 폭탄'에 이르기까지, 트럼프 1기가 막이 내릴 때까지 미중 관계는 끝내 냉각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트럼프는 최근 미국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선에 성공할 경우, 중국에 관세를 60% 이상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3700억달러(약 492조원) 상당의 중국 제품에 대해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이 고율 관세는 바이든 때 대부분 유지됐다. 차기 행정부에서 관세율이 60%로 인상되면 이미 침체에 빠진 중국 경제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렇듯 무역과 관세만 놓고 보면 시진핑은 트럼프를 기피할 것이라고 예단할 수 있지만 '하나의 중국', 즉 '대만 통일'을 숙원으로 여기는 시진핑의 입장에선 트럼프를 오히려 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바이든은 미국의 대만 관련 정책 기조를 '전략적 모호성(ambiguity)'에서 '전략적 명료성(clarity)'으로 옮겼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유사시 대만 침공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이라고 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땐 미국 행정부가 대만에 무기를 판매할지조차 불분명하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트럼프가 재임 기간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에 대해 불평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미국이 구축하고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반감을 갖는 시진핑은 트럼프의 재집권을 반길 수 있는 또 다른 측면도 있다.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비롯해 동맹을 경시하는 탓이다.
최근 트럼프는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더 부담하지 않으면 러시아가 특정 나토 회원국을 공격하더라도, 자국 안보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발언해 유럽 국가들을 경악하게 만든 바 있다.
중국은 동맹을 경시하는 트럼프의 기회를 틈타 유럽을 중국에 끌어들이려고 손짓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달 뮌헨안보회의(MSC)에서 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 등과 만나 관계 강화를 촉구했다.
포린폴리시는 "미중 무역전쟁을 예고한 트럼프를 고려하면 중국 지도부는 트럼프보단 현직 바이든을 선호할 것이란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 쉽다. 하지만 아마도 중국 지도부는 트럼프를 응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짐작했다.
이어 "중국은 트럼프나 바이든 그 누구든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는 미국과 유럽 간의 분열을 증가시킨단 판단을 내리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트럼프이 재집권할 경우 미국이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의 안보 지형이 약화하고 중국이 대만 통일 문제를 접근하는데 바이든 때보다 수월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고 적었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 지도부가 트럼프에 대한 경계를 늦추는 것은 아니다. 왕원타오 상무부장은 최근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지정학적인 대립이나 세계적인 선거 이어가(무역에) 많은 불확실성을 가져온다"고 언급했다.
또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누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되든 중국과 함께 안정적인 관계를 추진해 달라"고 호소했는데, 이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중국이 미국 선거에 개입한다는 비난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 트럼프, 우크라 '돈줄 끊기' 착수하나…푸틴 '환호'
이달 대선에서 5선에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의 복귀에 열광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최근 대선에서 87%의 득표율로 연임을 확정 지은 푸틴은 선거 직후 러시아의 최우선 목표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전보를 울리고 보다 강한 군을 만드는 것이라고 천명했다.
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최근 '우크라이나 파병' 발언에 대해서는 서방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개입할 경우 '세계 3차대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2기 때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전면적으로 중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최근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단 한 푼도 지원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고 말했다.
미 공화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돈줄 끊기'를 위해 밑 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이미 재원이 고갈된 상황에 바이든 행정부가 요청한 긴급안보 지원예산안은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수개월째 계류 중이다.
여기에 트럼프가 대러 제재 자체를 해제하거나 미국의 나토 탈퇴 선언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유럽 동맹국들은 좌불안석인 상황.
마틴 울프 파이낸셜타임스(FT) 수석 경제논설위원은 "트럼프는 아직 미국 대통령 후보에 불과하지만, 곧 그의 친구인 푸틴에게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승리를 넘겨줄 수도 있다"면서 "만일 미국이 지금 우크라이나를 버리면 (나토) 동맹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전 세계는 결정적인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를 배신할 경우) 러시아는 기뻐할 것이고, 서방 동맹은 붕괴될 것이며, 많은 사람들은 미국이 돌이킬 수 없는 쇠퇴에 빠져 있다고 결론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도 "나토 회원국들은 예측불허한 트럼프가 재선으로 나토의 집단 방위 조약을 테스트할 가능성에 불안해 한다"면서 "유럽 회원국들은 이제 미국 지도자가 누구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자국의 방어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웨덴 국방연구소의 로버트 달쇼 수석 연구원은 "만일 트럼프가 당선돼 나토 동맹국을 집단으로 방어하겠단 의지에 심각한 의구심을 품게 된다면 푸틴은 나토의 결의를 시험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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