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녹내장이 ‘노인의 병’?…20대도 잘 걸린다
- 24-03-17
시신경 손상으로 시력 잃어…‘소리없는 시력 도둑’
증상 없다가 말기 발견 실명까지…조기 발견 중요
40대 A 씨는 얼마 전부터 생긴 눈 통증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근시가 있어 오랫동안 안경을 껴오긴 했지만 이토록 극심한 통증이 찾아온 건 처음이었다.
안통뿐만이 아니었다. 눈 충혈은 물론 극심한 두통에 속이 메슥거리기까지 했다. 뭔가 큰 병이 생긴 게 분명하다고 확신하고 안과를 찾은 A 씨는 급성 녹내장 진단을 받았다.
녹내장은 '소리 없는 시력 도둑'으로 불리는 무서운 안과질환 중 하나다. 안압(눈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시신경이 지속적인 손상을 입게 돼 점차 시야가 좁아져 시력까지 잃게 되는 병이다.
하지만 이 녹내장은 A 씨처럼 급성이 아닌 경우에는 대개 말기가 될 때까지 환자가 느낄 수 있는 증상이 없다.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녹내장을 유발하는 요인 중 가장 중요하게 알려진 것은 안압이다. 이 외에도 고도 근시, 가족력, 당뇨, 혈압 등도 녹내장의 위험 인자로 작용한다.
또 경우에 따라 정상인보다 너무 얇은 각막도 녹내장 위험 인자로 본다.
이원준 한양대힉교병원 안과 교수는 "녹내장의 가장 큰 위험인자는 안압이지만 최근에는 안압이 정상이어도 시신경이 망가지는 분들이 많아 어떤 원인에서건 시신경 손상이 생기면서 시야가 좁아지는 병을 통틀어 녹내장이라고 부른다"며 "특히 한국인의 경우 전체 녹내장 환자 중에 80% 이상이 정상 안압 녹내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압 수치는 정상 범위에 있더라도 개개인에 따라 그 안압을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는 다 다르다"며 "수치 자체는 정상 범위에 있어도 녹내장의 치료는 안압을 낮추는 데 집중한다"고 말했다.
녹내장 치료는 크게 약물, 수술, 레이저로 할 수 있다. 이 치료 모두 안압을 낮추는 데 집중한다. 안압 수치가 정상인 녹내장 환자도 안압을 낮추는 치료를 받는다.
이 교수는 "수치상으로는 정상이어도 그 안압이 본인의 눈에는 높은 안압일 수 있어 기존의 안압보다 더 낮게 유지를 하기 위해 약물이나 수술적 치료를 하게 된다"며 "또 눈의 압력을 낮추게 되면 눈으로 가는 혈류가 좋아져 그 목적으로 안압을 낮추는 게 현재로서 검증된 치료"라고 말했다.
© News1 DB |
문제는 이 녹내장이 급성인 경우를 제외하곤 증상이 없어 대개 늦게 발견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병의 특성 때문에 세계녹내장협회(WGA)와 세계녹내장환자협회(WGPA)는 3월 둘째주를 '세계 녹내장 주간'으로 지정하고 녹내장 조기발견을 위한 정기검진의 중요성 등을 알리고 있다.
이 교수는 "빨리 발견해서 많이 진행하지 않았을 때 빠르게 치료를 시작하고 적절히 관리를 하면 요즘엔 실명까지 가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라며 "다만 너무 늦게 발견을 해서 많이 진행됐거나 드물지만 약을 아무리 써도 안압이 안 떨어진다거나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 녹내장의 경우에는 실명까지 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는 젊은 연령의 녹내장 환자도 늘고 있는 추세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녹내장이 '노인의 병'이라고 알려져 있었는데 요새는 20대에도 녹내장으로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며 "젊은 연령에서도 점점 고도 근시의 비율이 높아지는 데다 영상 장비의 발달로 녹내장의 조기 진단이 용이해지다 보니 젊은 근시 환자에서 녹내장이 빨리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녹내장 가족력과 근시가 함께 있는 경우에는 40세 이전에도 녹내장이 발병할 수 있어 안과 검진을 꾸준히 받는 것이 좋다.
또 안압이 정상이어도 시신경이 손상되는 정상안압녹내장의 경우 가족력이 있거나 고혈압, 심혈관질환, 근시를 가진 사람에게서 발병하기 쉬워 역시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 교수는 "적절한 시기에 안과를 방문해 적절한 치료를 시작한다면 실명으로 가는 확률은 많이 낮출 수 있다고 본다"며 "수술 후에도 세월이 지나 안압이 오르는 경우가 있어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안압 정상화를 오래 끌고 갈 수 있도록 경과 관찰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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