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68분 국정연설서 트럼프 맹공…"민주주의 지켜야"

"제 전임자" 등 트럼프 직접 거명 않은 채 파상 공세…"자유·민주주의 공격받고 있다"

"트럼프, 푸틴에 고개 숙였지만 저는 굴복 안할 것"…올해도 北 언급 안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집권 1기 마지막 국정연설에서 대권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 지지세력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파상공세를 펼쳤다.


현직 대통령의 이점을 활용, 미(美) 전역으로 방송된 국정연설을 통해 본선 라이벌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맹공을 가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리턴 매치가 확정된 다음 날인 이날 오후 워싱턴DC 의사당에서 가진 68분간의 국정연설에서 이번 대선을 '민주 대 반민주'의 대결로 상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10여차례 "제 전임자", "전임 미국 대통령"이라고만 했지만, 공세 수위는 바짝 끌어올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유와 민주주의가 국내와 해외에서 동시에 공격받고 있다"고 진단하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먼저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 "이 자리에 계신 분 중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멈출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계신다면, 장담하건대, 그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우크라이나 편에 서서 우크라이나를 방어하는데 필요한 무기를 제공한다면 우크라이나는 푸틴을 막을 수 있다. 그것이 우크라이나가 요구하는 전부"라며 "그러나 지금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우리가 세계의 리더십에서 멀어지길 원하는 사람들에 의해 차단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제 전임자, 전 공화당 대통령은 푸틴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라고 말했다. 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 지도자에게 고개를 숙이며 실제로 그렇게 말했다"면서 "그것은 모욕적이고, 위험하며, 용납할 수 없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격했다.

그는 이어 "푸틴 대통령에게 보내는 제 메시지는 간단하다.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저는 고개를 숙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곧바로 2021년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일으켰던 '1·6 의회 폭동 사태'를 거론, "1월6일과 2020년 선거에 관한 거짓말, 그리고 선거를 훔치려는 음모는 남북전쟁 이후 우리 민주주의에 가장 큰 위협이 됐다"며 "하지만 그들은 실패했다. 미국은 굳건했고, 민주주의는 승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러나 그 위협은 여전히 남아 있고, 민주주의는 지켜져야 한다"면서 "제 전임자와 여러분 중 일부(공화당의 극우성향 의원들)는 1월6일의 진실을 묻으려 한다. 저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진실을 말하고 거짓을 묻을 때"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이 이겼을 때에만 여러분의 나라를 사랑할 순 없다"면서 "제가 당선된 이후 그래왔던 것처럼, 정당에 관계 없이 힘을 합쳐 우리의 민주주의를 수호해 주길 요청한다"고 했다.

그는 "정치적 폭력은 미국에서 절대 설 자리가 없다"면서 "역사가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중(對中) 관계에 있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는 "저는 태평양에서 우리의 파트너십과 동맹을 활성화했다"며 인도, 호주, 일본, 대한민국 등을 언급한 뒤 "미국의 최첨단 기술이 중국의 무기로 사용될 수 없도록 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솔직히 중국에 대한 그(트럼프)의 모든 강경한 발언에도 불구하고, 전임자(트럼프)는 그렇게 할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년 동안 공화당 친구들과 다른 많은 사람들로부터 들은 것은 중국이 부상하고, 미국은 뒤처지고 있다는 얘기뿐이었다"며 "그들은 거꾸로 생각하고 있다. 제가 미국 대통령이 된 후 미국은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미국이 가장 위대한 컴백 스토리를 쓰고 있다"며 1500만 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 인플레이션 및 실업률 완화 등 자신의 집권 1기의 성과를 일일이 소개했다.

그는 특히 "제 목표는 대기업과 매우 부유한 사람들이 최종적으로 정당한 몫을 지불하도록 함으로써 연방 적자를 3조 달러(3985조 원) 더 줄이는 것"이라고 부자증세를 공약했다.

그는 법인세 최저세율을 현재 15%에서 21%로 인상, 억만장자들에 대한 최저세율 인상(8.2%→25%) 등을 거론하며 "공화당은 사회보장제도를 삭감하고 부유층에게 더 많은 세금 감면 혜택을 줄 것이지만, 저는 사회보장을 보호·강화하며 부유층이 정당한 몫을 지불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 등 연설에 초청된 노조 관계자들을 거론한 뒤 "월가가 이 나라를 만든 것이 아니라 중산층이 이 나라를 만들었고, 노조가 중산층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 정책과 관련해 여성의 낙태권 보장, 기후변화 대응 등을 강조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과의 정책적 차별화를 분명히 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하는 근거가 됐던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이 지난 2022년 대법원에서 폐기된 데 대해 "미국인들이 만약 제게 '선택의 권리'를 지지하는 의회를 만들어 준다면 저는 '로 대 웨이드'를 다시 이 땅의 법률로서 회복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공화당이 자신을 공격하는 핵심 사안인 불법 이민자 문제와 관련해 국경통제 강화 입법에 협조할 것을 공화당에 촉구했다.

그는 "제 전임자가 의회 공화당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 법안을 저지하라고 요구했다고 들었다"면서 "그는 이 법안이 저에게 정치적 승리이고, 자신에겐 정치적 패배가 될 것으로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나 저에 관한 게 아니다. 그것은 미국을 위한 승리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민자들이 조국의 피를 오염시킨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거론하며 "저는 이민자들을 악마화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 입국한) 가족을 떼어 놓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연설에서 이스라엘 지도자들에게 정치적 목적을 위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중단하지 말 것을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공격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무고한 민간인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군에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임시항구를 건설하도록 지시한 것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무고한 생명을 보호하고 구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여야 한다"며 "미래를 내다볼 때 유일한 실질적 해결책은 '두 국가 체제'"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날 연설에서도 북한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직접 언급했다.

그는 "젊어 보이지만 꽤 오래 살았다"고 농담을 던진 뒤 "우리나라가 직면한 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우리의 생각이 얼마나 오래됐는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오, 분노, 복수, 보복은 가장 낡은 사상"이라며 "미국을 과거로 데려갈 뿐인 이들로는 미국을 이끌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연설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강력 지지하는 마조리 테일러 공화당 하원의원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가 공화당을 상징하는 붉은색 차림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이 단상으로 걸어가며 의원들과 악수를 하고 인사하는 동안 민주당 쪽에서는 "4년 더!"라는 외침이 나왔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설 내용을 반박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을 '전임자'라 지칭한 것과 관련해 '트럼프 발작 증후군(TRUMP DERANGEMENT SYNDROME!)'이라고 꼬집으며 "분노와 양극화, 증오로 가득 찬 연설"이었다고 총평했다.

그는 또 "푸틴은 바이든을 존중하지 않아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라며 "나토가 강력해진 것은 내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1·6 사태 비판에 대해선 "바이든이 이른바 '폭도'라고 부르는 이들은 총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대선을 조작당했을 뿐"이라고 자신의 주장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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