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트럼프 '리턴 매치' 확정…8개월 대선 레이스 시작됐다
- 24-03-07
'트럼프 마지막 경쟁자' 헤일리, 중도 하차 선언…트럼프 대선후보 확정
바이든도 사실상 민주당 대선후보 예고…헤일리 지지층 놓고 서로 구애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남은 경쟁자였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6일(현지시간) 중도하차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민주당은 아직 대선후보 경선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재선 도전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슈퍼화요일 경선에서도 압승을 거두며 사실상 후보로 확정된 만큼 오는 11월 대선은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4년 만에 '리턴 매치'를 치르게 됐다.
◇ '트럼프 마지막 경쟁자' 헤일리, 슈퍼화요일 패배 직후 중도 하차 선언
헤일리 전 대사는 15개주에서 동시에 경선이 진행된 지난 5일 '슈퍼화요일' 이튿 날인 이날 자신의 고향인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선 선거운동 중단을 공식 발표했다.
공화당을 상징하는 붉은 색 원피스를 입고 등장한 그는 "이제 선거운동을 중단해야 할 때"라며 4분여 간의 연설을 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특히 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표명 없이 "7월 전당대회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저는 그를 축하하고 잘 되길 바란다"고만 했다.
그는 "저는 항상 보수 공화당원이었고, 항상 공화당 후보를 지지해 왔다"면서도 자신의 지지자들을 염두에 둔 듯,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대중을 따르지 말고 항상 스스로 결정하라'는 조언을 남겼다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이제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당 안팎의 사람들의 표를 얻는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달려 있으며, 그가 그렇게 하길 바란다"면서 "최고의 정치는 사람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대의에 동참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제 그가 선택할 때"라고 말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그간 경선에서 공화당내 '비(非) 트럼프' 진영의 구심점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강성 보수층을 중심으로 지지층을 결집시킨 트럼프 전 대통령을 넘어서진 못했다.
그는 슈퍼화요일 경선 전까지 워싱턴DC를 제외한 모든 경선에서 패배했고, 슈퍼화요일 경선에서도 15개 주(州)중 버몬트를 빼고 다른 주에서 완패하는 등 한계를 보였다.
다만, 헤일리 전 대사는 경선 과정에서 일부 주에서 40%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등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낸 만큼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연설에서 "저는 더 이상 (공화당) 대선후보가 되지 못할지라도 제가 믿는 것들을 위해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정치적 재기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트럼프, 조기에 공화당 후보로 확정…'反트럼프' 매코널도 "트럼프 지지"
헤일리 전 대사의 사퇴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례없이 이른 시점에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이에 공화당은 곧바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본선 체제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당장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헤일리 전 대사의 사퇴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을 2024년 공화당 대선후보로 공식 인정했다.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에 있었던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리 당의 대선후보로 지명된다면 저는 그를 지지할 것"이라며 "그는 분명히 우리 당의 대선후보가 될 것"이라고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매코널 원내대표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 뒤 "저는 당신 및 상원 공화당 다수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데 협력하길 고대한다"고 밝혔다.
◇ 바이든, 민주 대선후보 사실상 예고…바이든-트럼프 리턴매치 구도 전환
민주당도 아직 경선 일정이 남아 있긴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사실상 대선후보로 확정된 상태다.
이와 관련, 민주당 경선에 출사표를 던졌던 딘 필립스(미네소타) 연방 하원의원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중도 하차를 선언했다.
이로써 오는 11월 대선을 정확히 8개월 앞둔 시점에 본선은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간 재대결 구도로 조기에 전환될 전망이다.
두 사람간 리턴 매치는 4년 만으로, 서로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치열한 선거전을 펼칠 전망이다.
특히 두 사람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호감도가 낮아 이번 대선은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간 대결 당시 유권자의 44%, 41%가 각각 "매우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는데, 최근 NBC방송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두 사람 모두 약 50%에 달했다.
◇ 역대 최악 '비호감 대선' 전망…바이든 '아랍계'-트럼프 '중도보수' 끌어안기 급선무
두 사람은 본선 대결에서 서로의 약점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리스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법리스크를 각각 안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1·6 의사당 폭동 사태 등을 거론하며 '민주주의 위협론'을 강조하는가 하면, 낙태 이슈를 제기하면서 여성 표심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 및 이민, 경제 정책 등을 비판하면서 '바이든 행정부 심판론'을 극대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와 함께 두 사람은 모두 이번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이탈 지지층을 끌어안는 게 급선무가 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이탈한 아랍계 표심을 어떻게 되돌리냐가 상당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슈퍼화요일 경선에서도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항의 투표'가 가능한 주들에선 대체적으로 5~10% 정도가 '지지후보 없음(uncommitted)' 등에 표를 던졌다. 특히 미네소타주에선 19%가 '지지후보 없음'을 찍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했던 중도보수층의 표심을 얻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
CNN이 전날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 교육을 받은 유권자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경합주(스윙 스테이트)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한 유권자 81%는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헤일리 전 대사 지지층에 구애의 손짓을 하면서도 헤일리 전 대사에 대해선 뒤끝을 여전히 보여주고 있다.
그는 헤일리 전 대사의 후보 사퇴 직후 올린 글에서 "헤일리는 버몬트와 다른 여러 공화당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민주당원들이 투표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록적인 방식으로 완패했다"며 "여론조사에 따르면 헤일리의 자금 대부분은 급진 좌파 민주당원들로부터 나왔으며, 헤일리의 유권자 중 거의 50%가 급진 좌파 민주당원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 시점에서 저는 헤일리가 경선에 남아서 끝까지 싸워주길 바란다"며 "저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슈퍼화요일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 가족, 친구, 위대한 공화당에 감사드리며, 헤일리 지지자들도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운동에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와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층에 확실한 러브콜을 보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헤일리 전 대사의 연설 직후 성명을 통해 "오늘날 공화당에서 대선 출마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며, 헤일리는 트럼프에 대해 진실을 말하고자 했다"면서 "트럼프는 헤일리 지지자들이 필요없다고 분명히 했다. 여기에는 그들을 위한 자리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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