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뷰고교 한인학생 레오 최군 시애틀타임스 기고 ‘잔잔한 감동’

‘벨뷰 한인커뮤니티에 봉사하며 가치관 정립하다’제목으로

학교 신문 영어로 번역해 한인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전달해

“영어가 힘든 부모님 고통도 알게 되며 새 가치관 정립해”

미 해군사관학교 합격해 올해 9월 입학, 해군장교될 자원


워싱턴주내 명문 고교 가운데 한 곳인 벨뷰고교에 재학중인 한인 학생이 시애틀타임스에 ‘한인 커뮤니티 봉사 및 한인 학생의 가치관’ 등을 다룬 기고를 하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벨뷰고교 12학년으로 현재 미 해군사관학교에 합격해 올 9월 진학을 앞둔 레오 최군이다.

최군은 시애틀타임스가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고 그 과정에서 도전과 기쁨을 찾는 방법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마련한 ‘학생들의 목소리’란 코너의 첫번째 기고자로 선정됐다.

최군은 3일자에 ‘벨뷰 한인 커뮤니티에 봉사하며 가치관을 정립하다’란 제목의 글을 통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한인 부모의 어려움, 영어가 서툰 한인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봉사를 하면서 정리한 성공이나 발전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 등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최군은 9학년부터 학교 영어 신문을 한국어로 번역해 한인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전달하는 봉사를 해왔다. 최군의 부모는 벨뷰 다운타운에서 델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최군이 시애틀타임스에 기고한 내용을 그대로 번역해 게재한다.


“벨뷰 한인 커뮤니티에서 봉사하며 가치관을 정립하다”


저와 같은 10대들에게 ‘대학에 대한 대화’는 거의 의식에 가까운 일입니다. 제 인생에 대학이라는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을 때 저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는 해군사관학교를 추천해주셨습니다. 

해군사관학교를 선택하는 것은 벨뷰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에게는 흔한 제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비리그 지망생과 워싱턴대학(UW)에 열광하는 학생들로 가득한 지역사회에 살아 사관학교를 접할 기회나 진학을 생각하기는 쉽지 않앗씁니다.

US뉴스& 월드리포트에 따르면 벨뷰고교는 워싱턴주에서 6번째로 좋은 고등학교인데 명문 대학을 목표로 노력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 저는 사관학교에 대한 리서치를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온라인 검색이나 사관학교 졸업생들과의 만남, 캠프 참석을 통해 봉사와 커뮤니티, 리더십 등이 사관학교 입학의 필수 자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저는 이러한 사관학교의 가치들이 저의 발전과 삶의 열망에 얼마나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한국 이민자의 아들입니다. 저희 가족은 에버그린 주인 워싱턴주로 이주해 작은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벨뷰 다운타운에 위치한 부모님의 ‘니즈 델리’라는 곳에서 저는 가끔 부모님을 도와 종종 주문을 받아 적고, 음료를 리필해주고, 음식을 날라주는 일을 하면서도 별다른 불평없이 지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밤 어머니에게 “왜 엄마와 아빠는 이 비지니를 하게 됐어?”라고 투덜댔던 기억이 납니다. 

어머니는 저를 쳐다보시더니 “너히들에게 선택과 기회를 많이 주기 위해서”라고만 말씀하셨습니다. 이같은 대답은 어린 저가 기대했던 대답은 아니었습니다. “선택, 이게 무슨 뜻일까?”

이후 저는 엄마의 말이 무슨 뜻인지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이 저와 형제를 학교에 데려다주시고, 장시간 일을 하시면서 수영 시합이 있을 때 우리를 응원하느라 쉬는 시간을 쪼개서 보내시는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미국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부모님께서는 처음부터 사업을 시작하셨습니다. 제가 보기엔 부모님이 고객과 부딪히는 언어의 장벽이 시간이 지나도 허물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고, 이민을 오셔서 외국 문화에 대한 어려움을 이해하게 됐으며 그들을 도울 적절한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부모님이 경험하지 못했던 (이민자에 대한) 지원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면서 제 눈에는 그들이 리더가 되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유창하게 구사하지만 부모님을 더 많이 도와드리지 못한다는 사실에 좌절할 때가 많았습니다. 부모님이 언어의 장벽을 넘을 수 있도록 안내할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내가 느꼈던 그 좌절은 서서히 발전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한 친구와 가족들이 주변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이 바로 부모님 같은 분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가 이러한 기회를 만드는데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햇씁니다. 저는 미국에 처음 온 사람들을 위해 더 포용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신입생인 9학년때 학교신문 번역팀에 합류했습니다. 고학년이 된 저는 학교 신문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을 도와줄 동료 한국 학생들을 모집했습니다. 우리는 함께 온라인 학교 신문을 번역하여 한인 학생과 가족들에게 배포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부모님이 언어와 관련하여 겪었던 숨겨진 어려움을 더 잘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카운터에서는 몰려드는 손님들의 복잡한 영어 주문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사업을 운영할 때는 세금 보고서를 효율적으로 읽지 못했으며, 학교 행사에서는 학부모의 밤이나 밴드 콘서트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사실일 알았습니다.

“영어가 안돼요, 영어가 안돼요”라는 대답을 들으며 이민자 사업주로서 겪는 압박감을 느끼던 저는 그들이 기본적인 필수 요소와 정보를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친구나 주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없고 기본적인 학교 교육조차 받지 못한다면 사람들에게 적용해보니 그들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4년 동안 새로운 얼굴과 새로운 친구들로부터 “우리를 넣어줘서 고마워!”, “넌 ‘벨뷰 블라스트’ 학생 에디터야!”라는 칭찬과 격려를 들으면서 저는 모든 사람들과 가족으로부터 받은 지원에 더 감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격려와 제가 배운 가치관은 제가 미래를 마주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조부모님의 권유로 해군사관학교에 지원했지만 군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던 제가 군인의 삶을 시작한다는 생각은 처음엔 부담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이 길이 저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희생을 배우고 제가 행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제 가치를 강조하는 길이라는 사실이 저를 위로해줍니다. 

저의 경험과 성장은 사관학교와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삶에 대한 저의 헌신을 재확인시켜 주었습니다. 한인 커뮤니티에 봉사하고 참여할 때와 마찬가지로 저 자신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닌 무언가의 일부가 되고 싶습니다. 

독자 여러분, 여러분에게 발전이나 성공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단순히 삶의 목적을 향한 발걸음으로만 정의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에게는 워싱턴주 챔피언십 우승과 같은 단 하나의 성과보다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과 고군분투, 그리고 맺어온 관계들이 훨씬 더 소중합니다.이 이야기는 명확한 목적지를 찾는 이야기가 아닙니다.물론 해군사관학교에 진학해 훈련을 받고 장교로 복무하게 될 것은 큰 기쁨입니다. 저의 이 이야기는 모든 삶의 단계에서 발전과 성공의 의미를 정의하고 가치를 찾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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