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봄의 불청객 알레르기 비염…“치료 제대로 하시나요?”
- 24-03-03
축농증, 수면장애, 천식 등 합병증 유발…학생은 성적에도 영향
증상 완화하는 항히스타민제만으로 안돼…염증 잡는 치료 해야
"나 지금 또 코가 꽉 막혔어. 약 먹어도 그때뿐이야." 오늘도 A 씨는 코를 힘차게 풀고 항알레르기 약을 먹는다. A 씨의 알레르기 비염은 올해도 역시 봄이 왔다는 걸 가장 먼저 알리는 중이다.
A 씨의 알레르기 비염은 환절기가 되면 더욱 심해진다. 특히 봄이면 일교차가 커질 때부터 비염 증상이 시작되고 꽃가루가 날리면 증상은 극에 달한다. 하지만 약을 먹어도 잠시뿐, A 씨는 벌써 몇년째 비염과 사투 중이다.
요즘과 같이 일교차가 커지면 코 점막이나 기관지 점막이 예민한 호흡기 알레르기 환자들은 증상을 호소하기 시작한다. 계절적인 기후 변화 외에 봄이 되면 여지없이 나타나는 황사와 미세먼지, 꽃가루도 알레르기 환자를 괴롭히는 주된 요인이다.
우리 몸에 특별한 해를 끼치지 않는 여러 요인들로 인해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발생하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몸을 지켜주는 면역 세포 때문이다.
면역 세포들은 외부로부터 침략하는 바이러스, 세균, 대장균 등과 싸워 이겨내는 군인 역할을 해주는데 이 나쁜 세균들과 싸우는 과정에서 염증이 발생한다. 염증이 꼭 나쁜 것만이 아니라 내 몸의 방어 시스템이 외부의 나쁜 것을 처치하면서 생기는 과정인 것이다.
하지만 전혀 해롭지 않은 것들이 코나 기관지에 들어왔을 때도 면역세포가 이것들을 나쁜 물질로 착각해 염증을 일으키는 건 문제가 된다. 바로 과민 면역반응이다.
권혁수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예를 들어 꽃가루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왔고 코에 들어왔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게 하나도 없지만 일부 사람들의 몸은 이런 꽃가루를 해로운 기생충이나 세균 같은 걸로 착각하기도 한다"면서 "일반적으로 무해한 외부 물질에 대해 우리 몸이 쓸데없이 과도한 면역반응을 일으켜 염증이 생기고 병이 생기는 것이 바로 알레르기 질환"이라고 말했다.
알레르기 비염은 크게 △물처럼 나오는 콧물 △재채기 △코막힘 △코와 눈의 가려움증 등 4가지 증상으로 나눌 수 있다.
권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알레르기 비염을 앓고 있는 환자는 전체 국민의 15%에 이른다. 소아청소년의 경우 그 두 배인 약 30%가 알레르기 비염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문제는 무해한 물질로 인해 발생한 질환이라고 해서 알레르기 증상을 가라앉히는 항히스타민제만 복용하며 마냥 증상 조절만 하다가는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그중 대표적인 게 바로 축농증이다.
권 교수는 "우리 코안에 광대뼈 밑에는 부비동이라고 하는 큰 동굴이 있는데 여기에 쓸데없이 고름이 차고 염증이 생기고 이 증상들이 심해지면서 두통, 누런 콧물이 생기는데 이게 바로 알레르기 비염을 치료 안 했을 때 생기는 축농증"이라며 "코에 엄청나게 많은 염증이 있는데 이 염증을 그대로 놔두면 합병증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초반부터 염증 치료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축농증뿐만이 아니다. 수면장애, 학습 능력 장애, 천식 등도 생길 수 있다.
권 교수는 "비염을 오래 앓고 있는 환자의 3분의 1 정도가 천식까지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며 "특히 코막힘으로 수면장애가 발생하고 낮에 집중력이 떨어져 학생들의 경우 성적과도 직결될 수 있어 소아비염 환자 보호자에게는 아이가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라도 비염 치료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은 증상을 조절하는 항히스타민제만 사용하고 염증을 조절하는 약은 잘 쓰지 않는다.
권 교수는 "항히스타민제도 당연히 비염에 좋은 약이지만 당장 일시적으로 재채기, 콧물, 가려움증을 해소해주는 약이지 염증 자체를 조절해주는 약이 아니다"면서 "염증을 좋게 해주는 비강분무 스테로이드를 써서 염증을 조절하다 보면 궁극적으로 모든 증상들이 좋아지게 되는데, 이 비강분무 스테로이드를 쓰면서 항히스타민제를 보조적으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환자들이 증상을 빨리 좋게 해주는 치료를 좋아해 즉각적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항히스타민제를 쓰지만 장기적인 예방과 관리를 위해서는 코에 뿌리는 스테로이드를 써서 염증을 없애야 하는데 이 약물은 1~2주 써야 효과가 나타나 중간에 포기하는 환자가 많다"며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알레르기 비염은 염증질환이기 때문에 염증을 없애는 약을 매일 꾸준히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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