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안예솔] 고사리

안예솔(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고사리

 

땅을 밀며 하늘로 자라는 고사리는 삶을 품고 있다

온기 들지 않는 눅진 그늘에 한껏 부푼 물관을 따라 

쿵쿵 심장이 뛴다


중심에서 한 뼘 더 멀어지고 허리맡에 한 춤 더 가 닿으며

온 힘을 다해 세상으로 뻗어내는 양치식물의 가느다란 가지

고사리 줄기 한쪽에 패인 홈은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다

비를 머금은 연약한 줄기를 지탱하기 위한 생존 전략


사월이 낸 고사리 길 위로 할머니가 걸어간다 

등이 굽은 고사리들을 꺾어낸다

혈관 끊긴 고사리들이 물기 하나 없이 

바스락거리는 비닐봉지에서 메말라간다

봉지를 힘주어 묶는 할머니 손에도 고사리가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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