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도 日 주목…아베가 쏜 '3개 화살'에 '잃어버린 34년' 되찾았다
- 24-02-25
[버블 극복한 日증시]② 10여 년 간 이어진 기업 구조 개혁
中 이탈한 외인 자금 日로 쏠려…자국민 투자 활성화도 만전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34년 전 '버블(거품) 경제' 시기 기록도 뚫었다. 역대급 엔화 약세에 힘입은 수출 기업 호조에 더해 일본 정부의 증시 부양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맞물리면서다.
하지만 일본 증시 부활의 역사는 단기간의 결과물이 아니다. 일본 증시 제2의 전성기는 아베 전 총리가 쏘아올린 '3개의 화살'이 10여 년간의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결과다.
◇'슈퍼 엔저'에 수출 호조…주주환원 강화 더해져 日 증시 활황
아베 전 총리는 2012년 '아베노믹스'의 핵심으로 3개의 화살(금융·재정·성장)을 제시했다. 양적 완화와 재정지출 확대, 기업 구조 개혁이 그 내용이다. 아베 전 총리는 이 중 기업 구조 개혁을 통한 자본시장 부양을 성장의 화살로 삼았다.
2014년엔 아베 내각의 경제 책사였던 이토 구니오 히토츠바시대학 교수가 '이토 보고서'를 내놨다. 주주권을 강화하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이다. 아베 전 총리는 이 보고서를 참고해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증시 부양 여건을 마련했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인 고금리 긴축 기조에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며 엔화는 유독 약세를 보였고, 이는 수출 기업의 호조로 이어졌다. 또 지난해 일본 도쿄증권거래소가 주당순자산가치(PBR) 1배 미만인 상장기업들을 상대로 자본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방침과 구체적인 이행 목표를 요구하면서 아베 전 총리의 화살이 명중에 성공한 것이다.
도쿄증권거래소는 PBR 1배 미만 기업에 대해 퇴출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등 극약 처방을 내놨다. 일본의 경우 10년에 걸쳐 주주권 강화를 위해 노력해 온 만큼 '민간의 힘' 역시 기업들 입장에선 무시할 수 없는 압박 요소로 작용했다. 이에 도요타와 소니, 미쓰비시 등 일본 증시 대표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보따리를 풀어놨다.
그 결과 일본 기업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코로나19 이후 9.1%로, 배당 성향은 33.6%로 뛰었다.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프라임시장 상장 기업 중 PBR 1배 이하 기업은 51%에서 41%로 개선됐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글로벌 수급 키워드 '탈중국'…日 지난해 외인 기록적 순매수
일본 증시가 저평가의 늪을 탈피하자 글로벌 자금도 일본으로 흘러 들어갔다. 미·중 디커플링이 장기화하면서 불안해진 중국 시장 대신 일본 증시에 수급이 집중됐다. 시장 규모와 정부 성향 등을 고려했을 때 일본이 중국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탈중국'이 글로벌 수급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일본 시장에서 3조 6000억 엔어치를 사들였다. 지난해 4~6월에는 6조 1000억 엔 가량을 사들이며 기록적인 순매수를 달성하기도 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2022년까지만 해도 일본 시장에서 2조 2500억 엔을 순매도했다.
특히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일본 종합상사를 포트폴리오에 대거 담으면서 글로벌 자금의 마중물이 됐다. 워런 버핏 회장은 지난해 일본을 방문해 일본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버크셔해서웨이는 미쓰비시상사를 포함한 일본의 5대 상사 지분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오랜 불황에 주식 투자에 담을 쌓아왔던 자국민을 시장으로 끌어내는 데도 성공했다. 일본 정부는 올해 1월부터 '일본판 ISA'인 신(新) 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를 도입했다. 새로운 NISA는 비과세 연간 납입 한도액을 360만 엔, 누적 1800만 엔으로 기존 대비 3배 늘리고 기간도 무기한으로 풀었다.
실제 일본 개인 투자자들의 자국 주식 순매수세는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1조 엔에도 못 미쳤던 일본 내 개인 누적 순매수 금액은 올 초 2조 엔을 넘어섰다. 이에 예금에 편중된 일본 개인들의 자산이 향후 주식으로 옮겨갈 거란 '머니 무브'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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