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간최초 달착륙 성공…나사 '가성비' 전략으로 화성까지 간다

무인 달착륙선 오디세우스 착륙…달 남극서 얼음자원 조사

나사 '아르테미스' 기업 도급…탐사 비용 10분의 1로 줄여

 

미국 항공우주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가 제작한 무인 달착륙선 오디세우스(Odysseus)가 한국시간으로 23일 오전 달 궤도에서 하강해 달 남극 인근 표면에 착륙했다. 오디세우스와의 교신에 성공한 회사 측은 현재 오디세우스가 보낼 착륙 전후 사진을 기다리고 있다. 정확한 위치와 상태가 확인되는 대로 앞으로 7일간 달 표면을 탐사할 예정이다.


오디세우스 달 착륙은 민간 최초이면서 동시에 미국에선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달탐사 프로그램 '아폴로' 이후 52년 만에 이룬 쾌거다. 이를 두고 냉전 시기 소련과의 체제 경쟁으로 시작된 미 우주산업 주도권이 '가성비'를 이유로 나사 등 국가기관에서 민간기업으로 넘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디세우스를 달에 보내는 작전 'IM-1'은 나사의 '상업월면수송서비스'(CLPS)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2017년 달-화성 탐사 프로그램 '아르테미스'를 수립한 나사는 2026년 유인 달 탐사를 마친 뒤 이를 바탕으로 화성 탐사에 도전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사는 CLPS를 고안, 2018년 자국 민간기업 9곳과 이듬해 5곳에 장비 배송 업무를 수주했다.

첫 번째 CLPS는 미국 우주로봇 개발사 아스트로보틱이 만든 무인 달착륙선 '페레그린'이었다. 지난달 8일 페레그린은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의 나사 케네디 우주기지에서 발사됐지만, 발사 7시간 만에 태양전지판에 결함이 생기는 바람에 결국 달 착륙에 실패했다. 이에 오디세우스가 CLPS 배턴을 이어받았고, 6주 뒤인 지난 15일 같은 우주센터에서 발사돼 이날 착륙에 성공했다.

반세기 전 컴퓨터도 변변치 않던 시절 나사가 아폴로 프로그램으로 6차례에 걸쳐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낸 것과 비교하면 소박한 성과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사가 우주개발 전면에 나서는 대신 CLPS로 자국 기업에 배송 업무를 도급하는 것은 탐사 비용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CLPS로 나사는 정해진 계약금만 지불하면 연구개발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들더라도 이를 떠안지 않아도 된다.

스티븐 알테무스 인튜이티브 머신스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오디세우스 달 탐사와 관련해 "과거라면 최소 10억 달러 이상 들었을 것을 1억달러 선에서 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나사가 CLPS로 인튜이티브 머신스에 건넨 돈은 1억1800만 달러(약 1500억 원)였다. CLPS 참여기업 14곳 모두 합해도 나사의 지출은 26억 달러(약 3조 3000억 원)에 그쳤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1단계는 달 궤도 무인 비행으로 2022년 12월 오리온이 무사히 귀환했다. 2단계는 달 궤도 유인 비행이다. 이를 위해 오디세우스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CLPS 참여 5개 업체가 무인 달 착륙선 8개를 보낸다. 3단계는 유인 달 착륙으로 2026년 예정돼 있다. 이후 10년 안에 화성 유인 탐사에 쓰일 지속 가능한 전초기지를 달 표면에 건립한다는 게 나사의 계획이다.

이날 오디세우스 동체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최종 확인되면 착륙선은 앞으로 7일간 착륙 지점이었던 달 남극 인근을 누비며 달의 지형과 자원, 잠재적 위험 등을 면밀히 조사할 예정이다. 특히 달 남극에는 얼음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나사는 앞으로 이 얼음을 우주비행사의 식수와 우주선 연료로 사용하고자 한다.

다만 나사가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전반을 진두지휘하지 않다 보니 사업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오디세우스의 착륙 과정을 보도한 로이터 통신은 통신문제가 불거지자 "경험이 부족한 소규모 민간 벤처기업에 의존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험을 수반한다"고 꼬집었다. 당초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2단계는 올해, 3단계는 내년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기업들의 무인 달 착륙선 연구개발이 늦어지면서 나사는 지난달 9일 각 단계를 1년씩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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