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 생전 옥중 편지에 "한국 민주화…러시아도 희망"
- 24-02-21
NYT, 나발니가 지인들과 주고받은 서한 내용 공개
"트럼프 선거 공약 정말 무섭게 보인다"는 언급도
최근 사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가 생전 감옥에서 정권 투쟁을 할 당시 한국과 대만의 민주화 사례를 언급하면서 러시아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나발니는 사망 전 옥중에서 여러 권의 책을 읽고, 지인 등 다양한 사람들과 서한 또한 주고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1년간 영어로 된 서적만 44권을 읽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그는 지난해 9월 편지에서 한국과 대만을 거론하며 '러시아의 민주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나발니와 편지를 주고받은 러시아 언론인 일리야 크라실시치크는 NYT에 "지난 9월 마지막으로 받은 편지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며 "나발니는 '한국과 대만이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전환할 수 있었다면 러시아도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가정 하에 편지를 마무리했었다"고 밝혔다.
당시 나발니는 "희망. 저는 이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적었다고 한다.
수감 생활을 '우주 항해'라고 부르기도 했던 그는 특히 시사 분야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는데, 친구이자 러시아 사진작가인 예브게니 펠드만에게 나발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선거(대선) 공약이 정말 무섭게 보인다"고 했다 한다.
이어 "(고령인)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이 악화되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것이다. 이런 일들에 대해 민주당은 걱정이 안 되나"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정치인 로버트 F.케네디의 딸이자 인권운동가인 케리 케네디와도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나발니는 그가 '희망의 물결이 번져 가장 강력한 억압과 저항의 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아버지의 연설을 인용한 포스터를 보내준 데 대해 감사 인사를 표하며 "언젠가 제 사무실 벽에 이 포스터를 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대 러시아에 대한 책을 읽던 나발니는 네덜란드로 망명한 러시아의 진보 언론인 미하일 피쉬만과 푸틴의 전임자인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에 대해 서로 다른 평가를 하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나발니는 "옐친은 소련 체제를 바꾸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하면서 "이것이 제가 옐친을 용서할 수 없는 이유"라고 했다 한다.
나발니는 또 크라실시치크와의 서한에서 이오시프 스탈린 치하에서의 수용소 생활을 다룬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소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다시 읽었다면서 "단식 투쟁에서 살아남고 몇 달 간 '먹고 싶은 상태'로 지내면서 이제야 소비에트 시대 노동 수용소의 타락을 이해한다"고 적기도 했다.
한편 AFP 통신에 따르면 야당 정치인 일리야 야신은 그의 친구이자 동료인 나발니가 감옥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에 러시아의 민주주의를 위해 계속 싸우겠다는 뜻을 거듭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야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다가 체포돼 2022년 징역 8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에서 "내 가슴이 뛰는 한 나는 폭정에 맞서 싸울 것"이라며 "살아있는 한 어떤 악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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