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는 망한다"고 입버릇처럼 외친 日괴짜 창업자, 별세[피플in포커스]
- 24-02-20
빚지고 야반도주, 9번 전직 끝에 만든 회사…늘 위기 의식 강조
이익 130원 남아도 "이기 제쳐 두고서라도 좋은 물건 만들어라"
'100엔의 사나이', 야노 히로타케(矢野博丈·본명 구리하라 고로) 다이소 창업자가 지난 12일 별세했다. 향년 80세.
NHK 등 일본 언론은 19일, 야노 전 회장의 타계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사인은 심부전으로 밝혀졌다.
다이소를 세계 26개 국가 및 지역에 6340개의 점포를 거느리는 100엔 숍(1000원 숍)으로 성장시킨 배경에는 '자기 부정', '되는대로', '고객 제일 우선' 철학 등이 있다.
귀찮다거나 흘러가는 대로 둔다는 뜻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한계와 결점을 알고, 직면한 과제를 매 순간 필사적으로 성실히 해낸다는 의미다. 희망이라는 말에 안주하지 않고 "다이소는 망한다"며 위기의식을 강조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야노 히로타케의 경영 인생은 연속된 불안과의 싸움이었다. 그는 잡화 장사를 시작하기 전, 어류 양식업을 하다가 망해 빚을 지고 야반도주를 하기도 했다. 이후 백과사전 영업, 볼링장 직원 등 9번이나 전직했다. 집에 불이 난 적도 있는데, "운도 없고 능력도 없는" 스스로를 바꾸기 위해 이름까지 개명했을 정도다.
본격적인 다이소의 첫 출발은 트럭이었다. '야노 상점'이라는 이름으로 잡화를 싣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팔았다. '100엔 균일가' 원칙도 이때 탄생했는데, 가짓수가 지나치게 많은 상품의 판매가를 일일이 외울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1000원 남짓의 값싼 물건을 팔면서도 경영자로서의 포부는 잊지 않았다. "언젠가는 연간 매출 1억엔(약 9억 원)의 대기업을 창업하겠다"는 뜻을 담아 '대창(大創)'의 일본어 발음 '다이소'를 법인명으로 정했다.
1991년, 가가와현(県)에 첫 체인 점포를 열면서부터는 "이익을 제쳐두고라도 좋은 물건을" 만들도록 했다. 100엔에 팔아야 하는 물건의 원가가 98엔(약 870원)이어도 생산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을 듣고 분개했던 경험 때문이다. 한때는 '100엔의 사나이'라는 별명조차 싫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그는 "(고객이) 질리면 끝"이라며 게임처럼 즐길 수 있는 상품 개발과 판매 환경 조성에 고집스럽게 매달렸다. 산케이는 이를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부정'을 거듭한 경영철학"이라고 논평했다.
"안주하면 뒤떨어진다. 희망보다 불안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채찍질로 '캰두(CANDO)' 등 다른 100엔 샵과의 경쟁에서 치열하게 업계 1위를 지켜온 그는 2019년, 차남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퇴장했다.
FNN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야노 전 회장의 비보에 "생활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이소를 만들어 줘서 고마워요" 등 추모와 감사의 인사가 쇄도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5시 기준으로 트렌드 랭킹 1위에 오를 정도로 뜨거운 열기다.
한편 야노 회장의 장례는 가까운 친인척들이 모인 가운데 치러졌으며, 추후 송별회가 열릴 계획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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