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은 살인자" 나발니 추모객 400명 잡혀갔다…'감시 영상' 촬영도
- 24-02-19
구금된 154명에 1~14일 징역형 선고
러시아의 반체제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옥중에서 사망한 이후 그를 추모하던 이들이 대거 구금됐다.
18일(현지시간) 인권단체 오비드인포(OVD-Info)에 따르면 러시아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39개 도시에서 387명이 나발니를 추모하던 중 붙잡혔다.
나발니 지지 기반이 강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만 200여 명이 구금된 것으로 파악된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법원은 154명에게 1~14일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구금된 사람들 중에는 러시아 정교회에서 독립된 종교 단체인 사도 정교회 신부 그리고리 미크노프-바이텐코도 있었는데, 그는 텔레그램을 통해 나발니 추모식을 열 계획을 발표했다가 지난 17일 자택 앞에서 체포됐다. 그가 계획한 추모식에는 5000명 이상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에서는 시위가 사실상 금지돼 있지만, 종교 지도자들은 사전 동의 없이 공개적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된다"며 미크노프-바이텐코도 이러한 형태로 추모식을 진행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러시아 당국의 억압에도 불구하고 나발니의 추모 장소가 된 모스크바 솔로베츠키 기념비 앞에는 헌화가 이어졌다.
러시아 당국의 탄압을 우려해 성을 밝히기를 거부한 알라(75)는 NYT에 "그는 죽은 것이 아니라 살해당했다"고 말했고, 마찬가지로 이름만 밝힌 올리야(39)도 "이런 시기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기념비 앞에 장미를 내려뒀다.
솔로베츠키 기념비는 정치적 탄압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기념비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건물과도 매우 가깝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FSB로 추정되는 마스크를 쓴 사복 남성들이 손에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추모객들을 촬영했다"며 "이 영상이 나중에 어떻게 처리될지 확실하지 않지만, 이미 긴장된 분위기를 더욱 불편하게 만든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각국에서도 나발니를 추모하는 물결이 이어졌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러시아 활동가 단체인 '푸시 라이엇' 회원들이 러시아 대사관 밖에서 '살인자'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핀란드에서는 러시아 대사관 인근 공원의 이름을 '나발니 공원'으로 바꾸자는 청원도 등장했다.
앞서 러시아 교정 당국은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나발니가 시베리아 야말로-네네츠크주 제3교도소(IK-3)에서 수감 도중 사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몇 안 되는 야권 정치인이자 '푸틴 정적'인 나발니는 지난 2020년 화학무기 노비초크 중독으로 비행기에서 돌연 쓰러진 바 있다.
독일에서 치료를 마친 나발니는 이듬해 1월 러시아 당국에 체포됐고, 사기·법정 모독 등의 혐의로 징역 11년 6개월을 선고받아 복역하던 중 숨졌다.
정확한 사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미국과 서방에서는 일제히 러시아 정부의 야권 인사 탄압이라는 비판 성명을 냈다. 블라디미르 푸틴(71) 러시아 대통령은 오는 3월 선거를 통해 5기 집권, 3연임에 도전한다.
러시아 정부는 나발니의 죽음에 관여했다는 주장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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